[기자수첩]공정거래법 전면개편 'All or Nothing'?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8.12.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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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동향 등 경제지표까지 좋지 않게 나오다 보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은 아예 물건너 간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둘러싼 공정위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공정위 내부에서 개정안 통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계·경제계·학계·법조계·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모두 19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과 재계 반대가 만만치 않아 국회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기업옥죄기'라고 반발한다. 최근 고용, 소득 등 경제지표의 악화도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 위원장과 담당부서인 경쟁정책국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뛰고 있지만 그 외의 직원들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공정위는 재취업 비리 관련 검찰 수사, 심판관리관 업무정지 등으로 '비리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생채기가 났다.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전속고발권을 지키는 게 공정위에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공정거래법보다 더 이견이 큰 상법개정안까지 묶어 논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법사위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겨있다. 자칫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논의가 파행될 경우 이러한 개혁법안들마저도 공중분해될 수 있다.

공정위는 올 정기국회에서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차라리 개혁과제를 전면개편안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개별법 조항의 수정으로 전략을 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1980년 법 제정 이후 27차례 개정되면서 법이 누더기가 된 만큼 전체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All or Nothing(전부를 얻거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의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전부를 얻고 싶으면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는 이럴 때 필요한 격언이다.


[기자수첩]공정거래법 전면개편 'All or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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