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러에 팔린 대한제국 공사관, 113년만에 태극기 걸린 사연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8.11.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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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공사 법률지원… "대형로펌 사회공헌 모델 만든다"

5달러에 팔린 대한제국 공사관, 113년만에 태극기 걸린 사연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로건 역사지구에는 태극기를 내건 고풍스러운 3층짜리 벽돌 건물이 있다. 1899년 2월 조선왕조의 대한제국이 미국에 세운 첫번째 외교 공관 건물이다. 박정양 초대 공사를 시작으로 12명의 공사들이 스러져 가던 대한제국의 국운을 외교로 지탱하려 했던 곳이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이 공사관의 태극기가 내려졌다. 1910년 경술국치를 계기로 일제는 이 건물을 강제로 회수해 단돈 5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아프리카계 군인들의 휴양시설로 쓰이다 나중엔 미국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또는 개인주택 등으로 사용됐다.



일제에 의해 헐값에 팔려나간 뒤 100년이 훌쩍 지난 2012년. 문화재청은 현지 교민들의 도움으로 공사관 건물을 재매입했다. 대한제국 해외 공관 중 유일하게 정부 소유인 건물이었다는 점, 현존 대한제국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한 단독 건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문화재청 지정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위탁관리한 이 건물은 2013년부터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복원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도 19세기 당시 30여곳에 달했던 주미 외국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란 역사성 때문에 제약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보험과 보증, 인·허가와 현지업체 계약 등의 문제가 걸렸다.



◇김앤장,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지원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에 대한 법률지원 요청을 받은 것은 2015년 8월이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이 프로젝트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 법률 지원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김훈 외국변호사(미국 일리노이주)는 물론 라이언 러셀 외국변호사(미국 워싱턴D.C.) 등 미국 변호사 자격 보유자 등 자원자들이 팀에 합류했다.

김 변호사 등은 고건물 복원을 위해 관련 계약서를 검토하고 이행강제금이나 대금지급 방안 등과 관련해 한국에서의 법 해석이 현지 업체와의 계약에서도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사 완료 후 보증에 대한 사항까지도 꼼꼼하게 챙긴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비로소 지난 5월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당시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사관 재개관식에 참석, 대한제국 말기 주미 공사·서기관 등의 자손들을 만난 소감을 페이스북에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문화·아동복지에 스포츠까지

2013년 5월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킨 김앤장은 이후 다문화, 아동복지,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왔다. 김앤장은 2014년 8월부터 충북 음성, 경북 경산, 전북 김제 등지에서 다문화 가족의 결혼이주 여성을 상대로 △국적·체류 및 친족·상속 △임대차 △근로관계 등에 대한 법률 교육을 실시해왔다. 결혼이주 여성의 원활한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김앤장의 '다문화 가정 법률 아카데미'를 이수한 이주여성은 200명을 웃돈다.

또 친부모의 사정 등으로 친가정에서 자랄 수 없는 아동들이 다른 가정에서 클 수 있도록 이어주는 아동복지제도인 '가정위탁' 사업에도 김앤장은 힘을 보태고 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상담사들이 실무상 참조할 수 있는 법률 매뉴얼을 개정·발간하는 데 김앤장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2014년 배드민턴 국가대표였던 이용대·김기정 선수가 도핑검사 규정 위반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서 1년 자격정지 결정을 받았을 때 그를 도운 곳도 김앤장이었다. 최고의 국제중재 전문가로 꼽히는 박은영 김앤장 국제중재팀장을 비롯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을 지내고 있는 제프리 존스 외국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일리노이)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나서서 결국 징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대표팀 소속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운동장을 돌았다는 이유로 동메달 수상대에 오르지 못했을 때도 김앤장이 박 선수가 늦게나마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도왔다.

◇"대형로펌 사회공헌 모델 만든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서 5년 6개월간 활동해 온 목영준 위원장(변호사·사법연수원 10기)은 "수혜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혜자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자는 것과 하나의 해법으로 다수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해 집중하자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우리가 안 하면 남들도 못하는 영역에서 지원 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목 위원장은 "처음에는 외국 유수 로펌의 사회공헌 활동을 벤치마크로 삼아 종합·대형로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고민해왔다"며 "이제는 로펌 사회공헌 부문에서의 글로벌 스탠다드 이상을 이미 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 대형로펌의 사회공헌 모델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세계적 법률매체인 영국의 '후즈후 리걸'(Who's Who Legal)이 선정한 사회공헌 분야 10위권 로펌에 연속 3년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최고상인 '최고의 프로보노 로펌'으로 선정된 바 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가 다음 목표로 삼은 분야는 '교육'이다. 이미 김앤장은 올해 서울 종로구 관내 6개 학교 청소년 100여명을 상대로 한 법률 소양 함양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소개받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독서멘토링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갓 취득한 청년 변호사를 상대로 한 교육도 준비 중이다.

목 위원장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교육"이라며 "국가 교육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대형로펌이 할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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