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신약 도전, 5兆 가치 만든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안정준 기자 2018.11.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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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가치 뇌전증치료제 美판매허가 신청…1조 수면장애 신약과 함께 SK 신약 도약 현실화

최태원의 신약 도전, 5兆 가치 만든다


최태원 SK (156,900원 0.00%)그룹 회장의 신약 도전이 결실을 눈앞에 뒀다. 시장가치 1조원 규모의 수면장애 치료신약의 미국 판매가 눈앞인 데다 4조원 가치가 기대되는 뇌전증 치료 신약까지 미국 판매 승인 절차에 돌입했다. 먼 미래를 본 20년간의 신약 투자가 5조 가치로 현실화하는 셈이다.

SK㈜의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신약 판매허가 신청서(ND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임상시험 단계와 달리 통상 신약 판매 허가 단계에서는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당 신약의 상업화까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FDA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면 2020년 상반기 내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많은 뇌전증 치료제가 시판됐지만 뇌전증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전히 발작 증상을 보였다.



부분발작을 보이는 뇌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두 번의 다기관, 위약 대조 임상 2상 효능 시험과 대규모 장기 임상 3상 안전성 시험을 진행한 세노바메이트는 이 같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달러(약 7조원) 규모로 올해 대비 12%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 매출이 예상된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가치는 4조원으로 평가된다.

SK바이오팜의 또 다른 신약 솔리암페톨(수면장애신약)도 이르면 내년 초 미국 판매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신약의 가치는 약 1조원 수준. 신약 2종으로만 5조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셈으로 이는 SK바이오팜의 가치와 직결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가치를 5조680억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SK의 이 같은 신약 도약은 하루아침에 얻어낸 결실이 아니다. 최 회장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이미 20년간 투자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둔 것도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지주사 SK㈜의 100% 자회사다. 장녀 윤정씨가 SK바이오팜 전략실 선임매니저로 입사한 것 역시 신약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SK그룹은 앞으로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을 중점 신사업 분야로 꼽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판매 허가를 눈앞에 둔 2개의 신약 외에도 SK바이오팜은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갖추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6개 신약후보 물질 임상 시험 승인(IND)을 FDA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당사가 제출한 NDA를 FDA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중추신경계 및 항암 분야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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