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탄소배출권거래소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 시장조성자(LP)로 참여한다. 다만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 부진과 높은 가격 변동성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 외에 금융기관 등 제3자의 시장참여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원 내외에서 최고 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탄소배출권 정산시기와 맞물려 수요는 많아지고 공급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이월제한 정책을 공개했을 때와 같은 해 11월 매수업체의 과당경쟁 때에도 2만원 내외 수준에서 2만6000~7000원까지 뛰었다.
기업들은 내년부터 매월 경매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살 수 있게 된다. 경매는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업종 26개 내 기업들만 이용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100% 무상할당 받다가 현재는 할당량 중 97%만 무료로 받고 나머지 3%는 구매해야 한다. 100% 무상할당 받는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소나 장외거래를 통해 부족분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 부진과 가격 급등락 등을 해결하는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투기 차단, 시장 과열, 변동성 증가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2021년이 되면 실수요자 외에 제 3자에 대해서도 시장을 개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시기를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이미 실수요자를 대행하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시장참여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탄소배출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거래를 활성화하면서 탄소금융시장이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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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자신의 자본으로 매매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게 해준다. 탄소배출권 시장 분석자료를 통해 매매전략 등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탄소배출권 시장 관련 정기보고서와 탄소배출권 펀드 등 금융상품 등을 출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업들에 탄소배출권 거래 주선·중개·자문·매매대행 등을 비롯해 탄소배출권 거래 대응전략 수립 등 탄소자산관리를 해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 등 국내 금융기관의 탄소금융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2021년 완전 개방 전에 국내 금융기관이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이미 15년전부터 탄소금융을 시작한 유럽 등 해외 금융기관들에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이 잠식당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금융기관 참여로 인한 시장 과열, 변동성 증폭 등은 유럽의 경우 배출권 비축제도로 통해 정부가 공급을 조절해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