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株 '품질의 악몽'…연일 신저가 쇼크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11.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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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전략]세타2엔진 리콜 가능성 대두…업황도 안 좋은데 리콜 가능성 '설상가상'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며 "자동차는 수출감소와 구조조정 등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이 전년대비 감소하다가 8월부터 10월까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종이 살아나고 있다는 대통령 발언과 반대로 증시에서는 자동차주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세타2 엔진의 추가 리콜 가능성이 제기되자 또다시 품질 문제가 불거져 완성차와 부품주가 모두 급락했다.



현대차그룹株 '품질의 악몽'…연일 신저가 쇼크


22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242,000원 ▲1,000 +0.41%)는 5000원(5.11%) 내린 9만2800원에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228,500원 ▲2,500 +1.11%)는 8.65% 급락하며 현대차와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밖에 만도 (39,000원 ▼50 -0.13%)가 7.80% 내렸고 현대위아 (57,900원 ▲700 +1.22%) -6.79%, 한온시스템 (5,620원 ▼870 -13.41%) -5.09%, 기아차 (115,700원 ▲1,800 +1.58%) -5.01% 등 자동차주가 동반 급락했다.

◇현대·기아차 우려했던 리콜 현실화?=이날 자동차주 급락의 직접적 원인은 세타2엔진 추가 리콜 가능성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현지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된 세타2엔진에서 공정상 오류로 금속 이물질이 베어링 부분에 유입돼 결함이 발생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에서 세타2엔진 결함으로 2015년과 2017년에 총 170만대를 리콜했는데 추가 리콜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 산하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이 수사 중이나 기소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도 수사와 별개로 현대·기아차가 적시에 적절한 범위의 차량을 리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세타2엔진과 관련된 추가 비용 발생 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련 잠재적 비용을 실적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6% 줄어든 2889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품질 관련 일회성 비용 5000억원이 반영된 여파였다. 품질 관련 비용 5000억원은 세타2엔진 리콜 추가 충당금 1500억원 등이 일시에 반영된 것으로 엔진 관련 선제적 리콜 확산에 대응한 것이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현대차는 급락했는데 이익 회복 지연과 품질로 인한 비용 확대에 대한 우려가 겹쳤다. 이날 주가 급락은 3분기 실적에 나타난 품질 관련 우려가 현실화되자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다.

◇단발성 악재보다 2019년 업황이 문제=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은 업황 회복을 논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9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 증가율은 1%대에 그치거나, 1% 미만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2019년 자동차 산업 수요는 0.4% 수준의 소폭 성장이 예상되지만 중국에서 부양책이 시행되지 않고, 주요국의 정책 변화가 선진국과 신흥국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0.4%보다 낮거나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수요가 늘지 않는 가운데 친환경, 자율주행 등 사회변화에 맞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수요는 줄고 있지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관세 부과와 리콜 또한 비용 증가 변수로 작용해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GM과 도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변화에 잘 준비된 업체로 간주된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짙다.

권 연구원은 "단기 이익도 주가에 중요한 요소지만 향후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현대차그룹이 신차 개발 사이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하고 신규 투자와 협업 확대로 뒤처진 전동화, 자율주행 등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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