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최저임금의 역설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11.22 04:40
글자크기
[MT시평]최저임금의 역설


고용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자리는 6만4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8, 9월에 비해 나아졌지만 지난해 28만명 증가와는 차이가 크다. 제조업에서 4.5만명 줄어 7개월째 하락폭을 이어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에서 19만7000명이 줄어들었다. 단기 취업자는 늘어난 반면 주당 36시간 일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올해 들어 80만개 사라졌다. 서민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뺏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심화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3가지 기둥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우리 경제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의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 논리는 최저임금 인상→소득증대→소비증가→성장촉진의 선순환구조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고용시장이 심하게 요동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약 14%다. 이중 80% 이상이 편의점, 분식점, 호프집 등 영세 자영업에서 일한다. 프랜차이즈 비용, 임대료 등으로 힘겨운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 축소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8~10월 석달간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에서 70만명 넘는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다.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저임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하는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 포용적 성장론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고용시장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가 시급을 2년 만에 9.74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하자 식당 등 최저임금 직군의 고용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었다. 과속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시급하다. 2019년에는 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2%대 중반으로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고용 충격이 심각할 것이다. 최저임금에 가장 민감한 도소매, 음식숙박업, 사업시설관리 3대 업종의 서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최저임금 안정이 시급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21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최대 47만6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1.2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 해소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65%는 빈곤가구에 속하지 않는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결과가 나와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40세의 고용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월평균 11.4만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3분기에만 14.3만명이 감소했다. 40대는 공공일자리사업에서도 통상 제외된다. 20~30대 청년들과 노년층에게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40대 고용위기는 중산층 붕괴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남긴다. 고용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중심 정책에서 탈피해 최저임금 인상 자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같은 친고용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