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공개 소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해상소송 개입을 비롯한 사법농단 의혹 등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박 전 대법관은 조사실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법관으로서 제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해 일했다. 법원행정처장에 있는 동안에는 사심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개입 등 의혹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관련 청와대와의 대법원 재판 지연 및 전원합의체 회부 논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관련 법원행정처의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 대필 △법관 비리수사 축소·은폐를 위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 상고심 기일 조율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지방·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 개입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등 박근혜 청와대 관심사건 재판정보 유출 의혹 등이다. 이밖에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탄핵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등 내부 기밀을 빼돌리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이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법관의 진술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검찰 수사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약 3억5000만원의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하는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또는 암묵적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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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혀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63·11기) 등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조사한 바 있다. 또 지난 9일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댓글조작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이어 조만간 고 전 대법관도 불러 조사한 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진술 내용에 따라 이르면 올해 중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