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사진=안채원 인턴기자
차를 세운 택시 기사가 가리킨 곳에 베이비박스가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를 찾았다. 국내 1호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곳이다. 베이비박스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급격한 경사 때문에 차가 접근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매달 20~30여명의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품에 안겨 이 길을 오른다. 길 끝에는 엄마와의 이별이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이 험난한 길을 오르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홀로 키우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길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내 상담실./사진=안채원 인턴기자
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임신·출산 과정을 오롯이 혼자 겪어냈다.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아이 아빠와 이별하고, 출산 과정 도중 부모님과의 관계도 악화된 경우다. 이 때문에 아이 양육에도 더 큰 두려움을 갖는다.
주사랑공동체 창고에 쌓여있는 후원 물품. 주사랑공동체는 아기를 키우기로 결정한 가정에게 매달 분유, 기저귀 등 물품이 담긴 '베이비키트'와 생활비 20만원을 3년간 제공한다. 현재 60여명의 가정이 주사랑공동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매달 기업과 개인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그 달에 소진된다. /사진=안채원 인턴기자
임 팀장은 정부의 미혼모 지원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팀장은 "현재 정부에서 지급되고 있는 양육비는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보육원 등 시설에 지원하고 있는 금액을 미혼모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모 주거 지원도 대상 지역의 범위가 넓지 않고 입소 조건도 까다로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