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자리 예산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위한 첫걸음

머니투데이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2018.11.1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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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고용노동부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고용노동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우리나라가 한 세대 만에 미국에 종이우산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세계적 기업인 애플과 소니를 당황하게 만드는 나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이 겪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해법들을 수용해 재도약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토드 부크홀츠가 세계 최고의 해법을 언급했듯이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에는 종종 우리나라보다 먼저 문제를 경험했던 OECD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조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상황은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어떠할까. 우선, 고용률은 2017년 기준 66.6%로 역대 최고 수준이나, OECD 평균인 67.8% 보다는 낮다. 청년 고용률 역시 2017년 기준 42.1%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나 OECD 평균인 53.3%보다는 낮다. 한편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제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격차 문제도 있다. 그동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잘 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저임금 노동자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무역수지 흑자가 81개월째 계속되고,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민들의 삶이 여전히 팍팍한 것은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일자리 예산이다. 2011년 8조8000억원이었던 일자리 예산은 2018년 19조2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GDP 대비 비중은 0.7%로 OECD 평균인 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 선진국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나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2%대 저성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아 더욱 적극적인 재정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예산이 확대되었던 보건복지서비스업이나 공공행정 분야, 청년일자리는 고용사정이 나아지는 성과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최근의 어려운 고용상황과 OECD 대비 부족한 일자리 예산 비중을 고려하여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증가한 23조5000억 원으로 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안전망 강화,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대비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


내년에는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높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일자리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 특성상 노인일자리, 자활사업 등 취약계층 직접일자리 예산도 증액했다. 민간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직업훈련 예산과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수준도 높이고자 한다.

이번 일자리 예산은 어르신, 청년과 여성, 영세자영업자, 장애인 등 국민 한 분 한 분을 도와드리기 위한 예산이다. 적극적인 재정운영을 통해 국민들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노사 등 각계각층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예산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예산집행과 성과관리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겨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포용국가를 향한 걸음을 내딛고,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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