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 압박, 포항지진 공포·스트레스 보다 더 컸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11.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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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포항지진 관련 각종 사회연구 결과 발표

/자료=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자료=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80%'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응답자 비율이다. 전체 응답자의 41.8%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의 지진 공포·스트레스는 그렇지 않은 고1, 2학년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은 13일 오후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포항 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이라는 주제로 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먼저 박효민 포스텍 객원연구원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포항지진의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설문조사 결과분석 발표에서 “포항 시민들의 지진 트라우마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설문조사는 포항시민 500명(남구 250명, 북구 25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간(15~29일) 실시됐다. 조사 대상자는 남성 50.2%, 여성 49.8%이며, 연령대별로는 19~29세 16.6%, 30대 15.2%, 40대 19.8%, 50대 22.8%, 60대 25.6%이다.



박 연구원은 “지진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많지 않았지만, 정신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0%에 이르고, 응답자의 41.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했다”고 밝혔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9.0%가 불안, 28.8%가 불면증, 12.2%가 우울증, 7.0%가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울렁거림과 어지러움, 두통, 과민 증세 등을 보이는 응답자도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심리적 피해에 응답은 남성(74.7%)에 비해 여성(86.7%)이 더 많이 겪었다. 또 고연령대이면서 지진의 진앙지로 여진이 주로 발생한 흥해읍에 거주한 주민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났다.


포항지진 직후 포항지역에는 심리지원센터가 설치·운영됐지만, 이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4.8%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수능일정 연기로 당혹감을 겪은 당시 수험생들에 대한 개별면담조사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됐다. 조사는 현재 대학교 1학년이며,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1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됐다. 당시 수험생 신분이던 10명은 포항지진으로 수능 시험이 사상 처음으로 일주일간 연기돼 정신적인 혼란을 겪었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원태준 교수에 따르면 수능 부담이 높았던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고1, 2학년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지진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덜한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지진 트라우마가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원 교수는 “포항 수험생들은 수능 연기라는 더 큰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진 그 자체로 인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 했다”며 “수능으로 인한 경쟁 압박이 지진보다 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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