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놀기·공룡목마 '꿀잼'…"이런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8.11.20 05:00
글자크기

[놀이가 미래다3-아이들 눈으로 살피자3-①] '복붙' 놀이터 '노젬'…연령별 맞춤형 놀이터 필요

뛰어놀기·공룡목마 '꿀잼'…"이런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요"


"놀이터에 가면 킥보드도 탈 수 있고 친구들이랑 동생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빙글빙글 돌아가는거 타는게 좋겠어요. 또 물에 미끄럼틀이랑 시소랑 그네가 있으면 좋겠어요."(남다인·5·서울)

"무지개 미끄럼틀이 엄청 길게 있고요. 여기 초록색이랑 보라색은 혼자서 뛸 수 있는 방방이(트램블린)에요. 중간에 터널이 있어서 지나갈 수도 있고요. 밑에는 그네도 달려있어요."(최유찬·5·인천)



놀이터는 어른이 만들지만 이용자는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이 찾지 않는 놀이터는 존재 이유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어른이 아무리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봐도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찾기는 어렵다. 결국 어린이들이 놀고싶은 놀이터는 어린이들에게 물어봐야 할 터,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을까?

◇ 초등학생 "뛰어놀기 제일 좋아…놀이기구 많고 큰 놀이터 있었으면"



이를 찾기 위해 전국놀이교사모임인 '가위바위보'와 머니투데이는 전국의 초등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775명의 초등학생이 답했고 모든 응답은 복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설문 조사 결과 어린이들은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등 뛰어 노는 것(292명)이 가장 좋다고 답했다. 미끄럼틀이나 그네 등 놀이기구 타기(290명), 자전거·킥보드 타기(241명)가 좋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팽이돌리기, 축구나 야구 등 공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는 답도 나왔다.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단연 그네(506명)였다. 또 돌아가고 흔들리는 기구(407명), 터널(191명), 미끄럼틀(149명) 순으로 좋다고 답했다. 정글짐이나 구름사다리처럼 높이 올라가는 놀이기구, 트램블린처럼 뛸 수 있는 놀이기구가 좋다는 응답도 나왔다.


어린이들은 놀이기구가 많이 있고(486명) 크기가 큰(454명)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물이 있는 놀이터(419명)나 잔디나 꽃, 나무가 있는(226명) 모래 놀이터(131명)에서 놀고 싶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또 소방관 놀이터 같은 테마형 놀이터, 작은 동물이 있는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바라는 놀이터에는 현실적인 고민도 담겼다. '화장실이 있는' '차가 근처에 없는' '쉴 장소가 있는' '유괴 걱정이 없는 안전한 놀이터'를 바란다고 어린이들은 답했다.

다수의 어린이들은 주 1회 이상 놀이터를 찾았지만,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는 어린이들도 257명에 달했다. 놀이터에 가지 않는 이유로 '시시하고 재미가 없어서' '같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 '학원, 숙제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집 근처에 놀이터가 없어서' '오빠(형)들이 욕하고 놀려서'라는 응답도 있었다.

연령 구분없이 획일화 된 탓에 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재미가 없고, 사교육 등의 영향으로 놀 시간이 없고, 놀이터 자체가 없어 갈 수 없는 현실이 녹아든 답변이다. 설문을 진행한 교사들은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부분이 아파트 놀이터와 학교 앞 공원 놀이터를 이용하는데 많은 아이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좁다. 좀 더 큰,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왼쪽 위) 최유찬군이 그린 놀고싶은 놀이터. 가운데 긴 무지개 미끄럼틀이 있고 양쪽으로 초록색과 보라색의 트램블린이 주황색 통로로 연결돼있다. 왼쪽에는 검은 그네가, 오른 쪽에는 미끄럼틀이 있다. <br>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남다인양이 놀고싶은 놀이터를 그리고 있다. 다인양은 미끄럼틀을 타고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네와 시소를 탈 수 있는 놀이터를 그렸다. (왼쪽 위) 최유찬군이 그린 놀고싶은 놀이터. 가운데 긴 무지개 미끄럼틀이 있고 양쪽으로 초록색과 보라색의 트램블린이 주황색 통로로 연결돼있다. 왼쪽에는 검은 그네가, 오른 쪽에는 미끄럼틀이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남다인양이 놀고싶은 놀이터를 그리고 있다. 다인양은 미끄럼틀을 타고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네와 시소를 탈 수 있는 놀이터를 그렸다.
◇ 유아들 "땅 속 탐험·공룡 놀이터 있었으면…미세먼지 있어도 놀 수 있는 구름놀이터!"

미취학 유아들은 어떤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할까? 지난 5일 서울시 관악구의 한 유치원. 만4살 어린이들에게 '놀고싶은 놀이터'를 묻자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땅 속 탐험 놀이터요. 땅 속에 나무 뿌리가 엄청 많아요. 그 뿌리에 두더지들이 있어서 두더지들이랑 같이 놀 수 있어요."(김민준(가명), 4살)

"공룡 놀이터요. 공룡이 사는 곳인데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미끄럼틀이고, 티라노사우루스가 목마를 태워줘요. 입에서는 불도 나와요. 또 공룡 화석도 찾을 수 있어요."(박예진(가명), 4살)

이 밖에도 아이들은 '물고기와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는 바다 놀이터' '여러가지 행성과 은하계를 볼 수 있는 우주놀이터' '알록달록 무지개 다리가 있는 무지개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있고 비가 와도 놀 수 있는 구름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박은혜(36·가명) 교사는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오면 바깥 놀이터 이용을 못하는데, 이때 아이들 불만이 커서 이 같은 답변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놀이 방법과 시간 등에 차이가 나는 만큼 초등학생들과 유아들이 바라는 놀이터의 모습은 달랐다. 연령대 별로 맞춤형 놀이터가 필요한 이유다. 이는 연구 결과로도 드러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말 펴낸 '아동의 놀 권리 강화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유아들은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시설 중심적인 놀이터를 원했다. 또 자연이 어우러진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했다.

반면 초등저학년생은 놀이터 속에 동화 속 이야기를 담거나 애니메이션 속 배경을 재현해 주기를 바랐다. 또 다양한 모험 요소를 지니고 있는 시설이 있고, 놀이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오래 머무르며 놀기를 희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