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카드, 대규모 구조조정…400명 감원 추진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11.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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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카드사업 관련업무 인력 대폭 축소…디지털 혁신 가속화 일환

[단독]현대카드, 대규모 구조조정…400명 감원 추진


현대카드가 설립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대상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브랜드와 디지털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 직원으로 규모는 400명 수준이다. 반복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나빠진 카드업계에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체질 개선 컨설팅 작업을 통해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을 포함해 총 400명의 인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대카드는 이같은 컨설팅 결과를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인 후 지난 10월부터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감원 규모는 현대카드에서 200명,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에서 각각 100명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와 디지털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가 대상으로 부서별 할당 인원에 따라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한 부서의 경우 인력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는 방침이 내려왔다”며 “가맹점 관리와 할부금융 등 전통적인 카드 업무부서에서 인력 급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정규직 규모는 1775명, 1855명, 469명이다. 구조조정 목표를 대입하면 현대카드에서 약 11.3%가 줄고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에서 5.4%와 21.3%가 감원된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경영방침과 맞물려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회사의 정체성을 기존 신용카드 업무가 아닌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사이언스’에 초점을 맞추고 체질 변화를 추진해왔다. 지난달 18일에는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스튜디오블랙’에 입주한 스타트업과 모임에서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새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 인력 줄이는 대신 디지털 인력은 150명 확충할 방침이다. 지난해 140명 수준이었던 디지털 관련 인원은 올해 350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500명까지 증원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로 뽑는 디지털 전문인력은 전통적인 카드 업무 등 기존 일반직원보다 인건비가 두 배가량 비싸다”며 “150명을 충원하려면 다른 부문에서 최소 300명을 줄여야 비용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이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카드업계에선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업의 본질인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기존 카드 업무 직원을 대폭 줄이고 다른 사업으로 체질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주나 그룹과의 관계, 노조 문제 등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감원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이번에 가맹점 수수료가 또 다시 대폭 인하되면 감원 없이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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