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숨진 손녀 전 연인이었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10.26 16:02
글자크기
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범행도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가방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사진=부산경찰청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범행도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가방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사진=부산경찰청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진 30대 여성과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일가족 살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신모씨(32)가 살해된 조모씨(33)와 최근 헤어진 사이라는 신씨 가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 신씨 부모의 집에서 약 한 달 동안 함께 살았다. 이어 같은 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경남 양산시에서 전셋방을 구해 동거생활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약 2개월 전에 헤어졌다.



신씨의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조씨와 헤어진 이후 힘들어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씨 부모의 집 컴퓨터에서는 사하구 방범용 CCTV 위치,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내역이 확인됐다.

또한 신씨는 피살된 일가족이 집에 들어오기 전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CCTV 분석 결과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4시12분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범행 도구가 든 가방을 들고 아파트 1층을 지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피살된 조씨 일가족은 잠시 뒤인 오후 3시41분쯤부터 차례로 귀가했다. 신씨와 교제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조씨는 25일 오전 0시7분쯤 집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용의자는 미리 아파트에 도착한 뒤 기다리고 있다가 피살자들이 모두 귀가한 것을 확인하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집 안에 있던 가족들이 평소 알고 있던 용의자를 집안으로 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씨와 조씨 일가족 4명은 지난 25일 오후 10시31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모(84·여)씨와 아들 조모(65)씨, 조씨의 아내 박모(57)씨 등 3명의 시신은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손녀 조씨의 시신은 거실에 있었다. 다른 피해자와 달리 조씨의 시신에서는 목졸림 흔적도 발견됐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신씨는 작은방에서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의 가방에서는 전기충격기 등 범행에 쓰인 도구들이 발견됐다.

신고자인 박씨 사위는 경찰에서 "장모 등 처갓집 식구들을 초대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계속해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112에 신고한 이후 경찰관과 함께 열쇠수리공을 불러 집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일가족과 신씨에 대한 26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현장에서 확보한 일가족과 신씨 등의 휴대전화 4대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