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선임 7개월째 표류…지주·은행 갈등도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8.10.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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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추천권, 은행서 지주로 이관…김태오 지주 회장 입김 커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DGB금융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DGB금융


대구은행장 선임 작업이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최근엔 은행장 후보추천권을 두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에선 DG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학맥 다툼’이 이번에도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후보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지주의 자추위에서 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최고경영자(CEO)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후보를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전 자회사의 CEO 승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주의 자추위가 1차로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검증하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하게 된다. 특히 은행장 자격 요건도 기존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바꿨다.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은 이번 지배구조 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은행장 추천권이 지주에 넘어가 은행 이사회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은행장 자격 요건을 변경하면 현직에서는 김태오 회장만이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안팎에선 은행장 선정을 두고 DGB금융과 대구은행간 대립 배경에 ‘학맥 다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은 경북고 출신과 박인규 전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이 양대 파벌을 형성하며 오랫동안 대치하며 권력을 독점해왔다.

김 회장은 경북고, 연세대 출신으로 김 회장 선임 이후에도 DGB금융은 ‘학연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김 회장이 취임 후 약 두달만인 지난 7월 시행한 인적쇄신에서 퇴임한 11명의 임원 중 9명이 대구상고 또는 영남대 출신의 이른바 ‘박인규 라인’이었다.

여기에 역대 대구은행장 11명 가운데 경북고 출신이 4명으로 DGB금융 내에 탄탄한 인맥이 구축돼 있는데다 사외이사 5명 전원으로 이뤄진 자추위원 가운데 조해녕·서인덕 사외이사도 경북고 동문이다. 김 회장도 자추위원에 포함돼 대구은행장 선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도 ‘학연주의’가 꼽힌다. 대구은행 임추위를 구성하는 김진탁·서균석·김용신·서인덕 등 4명의 사외이사 중 1명은 대구상고, 3명은 영남대 출신으로 모두 박 전 회장과 연관돼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난 5월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한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과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도 모두 영남대 출신이다. ‘박인규 라인’에서 지주 회장을 놓친 이상 은행장만큼은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행장 직무대행의 임기는 올해 12월말로 끝난다. 행장 선임까지 시간이 두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직무대행 체제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은행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DGB금융과 대구은행간 대립이 지속되면 대구은행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DGB금융 관계자는 “행장추천권을 지주에서 가지는 건 맞지만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은 컨설팅을 통해 받은 방안일 뿐 추후 바뀔 수 있다”며 “은행 이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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