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DGB금융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후보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규정을 개정했다.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은 이번 지배구조 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은행장 추천권이 지주에 넘어가 은행 이사회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은행장 자격 요건을 변경하면 현직에서는 김태오 회장만이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경북고, 연세대 출신으로 김 회장 선임 이후에도 DGB금융은 ‘학연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김 회장이 취임 후 약 두달만인 지난 7월 시행한 인적쇄신에서 퇴임한 11명의 임원 중 9명이 대구상고 또는 영남대 출신의 이른바 ‘박인규 라인’이었다.
여기에 역대 대구은행장 11명 가운데 경북고 출신이 4명으로 DGB금융 내에 탄탄한 인맥이 구축돼 있는데다 사외이사 5명 전원으로 이뤄진 자추위원 가운데 조해녕·서인덕 사외이사도 경북고 동문이다. 김 회장도 자추위원에 포함돼 대구은행장 선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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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이사회가 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도 ‘학연주의’가 꼽힌다. 대구은행 임추위를 구성하는 김진탁·서균석·김용신·서인덕 등 4명의 사외이사 중 1명은 대구상고, 3명은 영남대 출신으로 모두 박 전 회장과 연관돼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난 5월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한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과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도 모두 영남대 출신이다. ‘박인규 라인’에서 지주 회장을 놓친 이상 은행장만큼은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행장 직무대행의 임기는 올해 12월말로 끝난다. 행장 선임까지 시간이 두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직무대행 체제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은행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DGB금융과 대구은행간 대립이 지속되면 대구은행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DGB금융 관계자는 “행장추천권을 지주에서 가지는 건 맞지만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은 컨설팅을 통해 받은 방안일 뿐 추후 바뀔 수 있다”며 “은행 이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