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부변수에 휘청이는 韓 증시, 자체 매력 높여야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8.10.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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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리나라 증시의 15가지 특징'이라는 지라시가 증권가 메신저를 달궜다. '금리가 오르면 떨어짐, 내려도 떨어짐,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오면 다음엔 기대하기 어려워 떨어짐…(후략).'

지라시가 자조하듯 한국 증시는 약한 체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강(强)달러,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 속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순식간에 2100선으로 밀렸다. 불과 지난달 말에 2300선을 지켰던 모습이 무색하다.



증권사들도 눈높이를 낮췄다. 2009년 이후 역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 저점은 2011년 8월 기록한 7.6배였다. 이를 근거로 추정한 코스피 지지대는 2040선인데, 일부 증권사 2000선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을 내놓았다. 수출 비중이 높아 무역분쟁 시 타격이 예상되고, 외국인 의존도도 높아 지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거다.

그러나 밖에만 책임을 돌리려니 뒷맛이 씁쓸하다. 외부변수를 상쇄할 만한 한국 증시의 매력을 '저평가' 외에는 꼽기 어려워서다. 저평가 근거는 선진증시나 아시아 증시보다도 낮은 저(低)PER. PER는 기업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이익 대비 주가가 낮을수록 PER가 낮다.



기업이 돈을 잘 버는데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과 후진적 지배구조에 있다. 상당수 기업이 번 돈을 내부에 쌓고 주주환원에 인색하다. 이익을 배당에 사용하지 않고 쌓으면 매년 자기자본이 커져 ROE(자기자본이익률)가 하락한다. ROE는 글로벌 기관의 주요 투자지표다. 워렌 버핏도 최소 ROE 15% 이상인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코스피 예상 ROE는 11% 수준이다.

한국 증시가 투자자 구미가 당길만한 매력을 갖추려면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모습은 그래서 반갑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20년 장기 박스권을 탈피했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도 2016년 도입 후 상승세다. 우리 기업 스스로 저평가 증시에 책임을 느끼고 주주환원에 인색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기자수첩]외부변수에 휘청이는 韓 증시, 자체 매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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