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택배 현장도 '자동화'…월수입 1천만원도

머니투데이 부천(경기)=김남이 기자 2018.10.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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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자동화' 도입으로 작업량 크게 줄어…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월 순수입 420만원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의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의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


"월 매출 300만원이 꿈이었는데, 이제는 1000만원도 하는 사람이 있다. 택배 배송이 완전히 바뀌었다."(홍우희 CJ대한통운 신월대리점 사장)

택배 시장에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택배기사가 7시간씩 서서 분류 작업하던 것을 이제 기계가 대부분 맡는다.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택배기사의 수입도 늘었다.



지난 18일 경기 부천시 CJ대한통운 양천서브(SUB)터미널을 찾았다. 서울 양천구 지역의 물류배송을 담당하는 이곳에서는 147명의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약 4만개의 택배 상자를 배송한다.




◇'휠소터'가 택배상자 자동분류…추가고용까지 창출= 오전 양천서브터미널에는 택배상자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브터미널에 모인 택배상자를 각 택배 기사가 맡은 지역별로 나누는 작업이다.



과거에는 택배 기사들이 모두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눈으로 주소를 확인하고 일일이 빼내야 했다. 6~7시간을 서서 일해 택배기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양천서브터미널는 지난해 11월 휠소터(Wheel Sorter)가 설치되면서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휠소터는 기계가 택배 상자에 부착된 바코드에서 주소 등의 정보를 읽고, 소형 바퀴(휠)로 택배 상자를 배송지역별로 자동 분류 장치다. 휠소터 도입 후 분류작업은 5시간 이하로 줄었다.

택배기사의 생활 방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모든 택배 기사들이 오전 7시까지 나와 분류작업에 참여해야 했지만 이제는 조를 짜서 자유롭게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또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자동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2번, 3번에 나눠서 배송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택배기사 4~5명이 돈을 모아 분류도우미를 고용해 분류 작업을 전담시키는 방식도 생겼다. 분류도우미는 휠소터가 분류한 택배상자를 택배기사들이 배송하기 편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맡는다.

홍 사장은 "예전 12명이 일하던 것을 2~3명의 분류도우미가 4~5시간 만에 끝낸다"며 "아들이 분류도우미로 아르바이트도 한다"고 말했다. 전국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추가 고용된 분류도우미만 700여명에 달한다.

◇택배기사 월 순수입 420만원…정규직 이직률보다 낮아= 휠소터는 2016년 도입돼 지금까지 전국 150여곳에 설치됐다. 전체 물량의 85%가 휠 소터로 자동 분류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 연말까지 휠소터 설치 터미널을 17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휠소터 설치는 택배기사의 수입 증가로도 이어진다. CJ대한통운은 휠소터로 하루 2회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집배송에 쓸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택배기사 1명당 30%를 추가 집배송할 수 있는 시간으로 수입으로 보면 22%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매출은 평균 560만원으로 제반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420만원이다. 연간 7000만원이상의 고소득 택배기사(전체 1만7000여명) 비율이 23%에 달한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휠소터가 설치 안 되는 나머지 사업장은 물량 등으로 미뤄봤을 때 휠소터 설치 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택배기사 이탈률이 연 4~5%인데, CJ대한통운 정규직 이직률(7%)보다 낮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문제가 된 허브터미널의 상하차 시스템은 아직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상하차 자동화 시스템도 연구개발 중이다. 최 본부장은 "과거 관행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보고 있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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