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APE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 하단)의 모습. /AFPBBNews=뉴스1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INF 파기를 선언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의 생산 및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양국이 3년 간 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등 INF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시킨 조약으로 꼽힌다.
상황은 이달 초 나토가 러시아의 INF 위반을 공식인정하며 급박하게 바뀌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당시 "러시아가 국제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INF를 위반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케이 허치슨 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미국과 동맹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에 상응하는 (무기)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INF 폐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F 당사국이 아닌 중국은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로이터는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라는 전략의 일환으로 재래식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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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미국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INF가 이미 반쪽자리 조약이 됐다"면서 "조약 탈퇴가 미·중·러 세 열강의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의 한스 크리스텐센 원자력정보사업 대표는 "계약이 파기되면 미사일 경쟁이 각지에서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국이 무기를 배치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또 무기를 배치하는 새로운 군비경쟁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18일 새로운 초음속 미사일의 배치 준비가 됐다고 밝힌 것을 핵무기 군비경쟁의 재시작 신호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말한 미사일은 INF에서 금지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