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는데, 글쎄"…맘카페의 '마녀사냥'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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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확인보다는 동질감에 쉽게 동조…무비판적 수용 경계해야

/삽화= 머니투데이DB/삽화= 머니투데이DB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에 마녀사냥을 당한 결과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올라오고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확대·재생산하는 이들이 많아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짜 정보에 넘어간 맘카페
지난 13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38)가 경기 김포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시달린 지 이틀 만이다. 지난 11일 어린이집 가을 나들이 후 김포 지역에서 영향력이 높은 맘카페 커뮤니티에 '교사가 아이를 밀쳤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은 순식간에 퍼졌고 A씨는 자신도 모르게 '학대 교사'가 돼 맘카페 회원들의 처벌 대상이 됐다.



카페에는 분노한 엄마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게시글에는 어린이집 이름은 물론 교사의 이름과 얼굴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A씨의 신상은 빠르게 퍼졌고 어린이집에는 A씨의 해고를 요구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비난은 어린이집과 동료 교사로까지 번졌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A씨는 맘카페 회원들의 비난과 달리 좋은 교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를 밀쳤다는 아동학대 의심도 사실이 아니었다. 익명에 기댄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였다. A씨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가득했던 해당 맘카페에는 현재 A씨를 추모한다는 정반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김포 맘카페에 올라온 보육교사 원생 학대 의심 글과 이에 동조하는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김포 맘카페에 올라온 보육교사 원생 학대 의심 글과 이에 동조하는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강한 동질감, 섣부른 동조
김포 보육교사 사건처럼 최근 맘카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여론몰이를 하며 피해를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맘카페는 회원 수가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지역주민 교류창구가 됐는데 올바른 정보 공유라는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에 관심 많은 엄마들이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모인 것이 맘카페이기 때문에 동질감이 강하고 왜곡된 정보를 거르는데 취약한 측면이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교육이나 먹거리 같은 문제들은 이들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뜨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일단 동조하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올바른 정보로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보니 쉽게 믿게 되고 일부 유명 회원의 의견은 전문가의 의견처럼 신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맘카페에는 매일 육아와 관련한 수 많은 정보가 올라온다. 이 중 어린이집, 학원, 식당 등에서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는 글에 유독 회원들이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 광주의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 대표적이다. 태권도 학원 원장이 운전을 난폭하게 해 아이들을 위험하게 했다는 것. 더운 여름이던 당시가 어린이집 차량 사고가 자주 발생해 부모들이 불안해하던 시기였던 만큼 맘카페 회원들의 분노가 쏠렸고 멀쩡한 학원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얼마 뒤 해당 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이미지투데이/사진= 이미지투데이
◇맘카페만? 온라인 어디든 있어
정보 왜곡의 온상으로 맘카페가 비난 받고 있지만 이같은 정보 왜곡과 여론몰이의 문제는 인터넷·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익명에 기대 올라온 자극적인 연예인 관련 소문이 퍼지는가 하면 취업이 간절한 구직자들에게 '지원서는 일찍 제출해야 좋다'·'면접 때 질문을 많이 받아야 합격한다' 등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어디서 들었다는 이른바 '카더라' 정보들이다.

2012년 임산부가 종업원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한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이나 2015년 SNS 유명인이 식당에서 가게 주인에게 위협을 당했다고 말한 '선릉역 짬뽕 사건' 등이 대표적인 정보왜곡와 마녀사냥의 폐해다. 시간이 흘러 거짓 주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마녀 사냥에 식당 주인은 가게를 접어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정 노력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명호 교수는 "사회가 불안하고 개인이 건강하지 못하면 편향되고 자극적인 정보에 쉽게 동조하게 된다"며 "특히 동질감을 느끼거나 유명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이어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권력을 얻고 있다"며 "무분별한 권력 남용으로 김포 사건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게 이들의 책임을 요구하는 보다 엄격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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