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국→경제기적, 文대통령 '평화의 증거' 로마에 가다

머니투데이 로마(이탈리아)=김성휘 기자 2018.10.18 08:40
글자크기

[the300][유럽리포트-유럽서 찾는 평화의 길]②이탈리아 로마

【로마(이탈리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로마 총리궁에서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18.10.17.    photo1006@newsis.com    【로마(이탈리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로마 총리궁에서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18.10.17.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16~18일(현지시간) 머문 이탈리아 로마는 영원한 유럽의 수도다. 유럽이 동질성을 강조하는 역사적 바탕이 바로 로마 제국. 게다가 이탈리아는 평화를 통한 경제성장의 생생한 사례다. 한때 국제 고립을 자초했지만 주변국과 평화적 관계를 통해 세계적 리더로 발돋움했다. 남북한에 시사점이 크다.

이탈리아는 유럽 평화와 통합을 갈구했다. 역설적인 두 이유가 동시에 작용했다. 우선 EU가 열매라면 로마는 그 나무의 뿌리다. 2000년 전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했다. 지금은 '이혼 협상' 중이지만 영국 또한 로마의 확장기에 그 영역이었다. 이질성 때문에 가입이 어려운 터키조차 옛 로마제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유럽 통합 노력을 촉진한 게 두차례 세계대전이다. 1950년 슈만플랜은 전후 질서재편 과정에서 제기됐다. 로마제국이라는 역사적 뿌리에다 유럽을 황폐화시킨 전쟁에 직접 책임이 있는 국가. 이탈리아는 슈만플랜에 적극 호응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6개 회원국 중 하나가 된다.

로마는 나아가 1957년 로마조약을 주도했다. 로마조약은 유럽경제공동체(EEC)의 법적 기반이었다. EEC는 유럽공동체(EC)로, 다시 EU로 확대발전됐다. 로마조약은 그때마다 명칭을 바꿨지만 지금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평화를 통한 경제도약이 가능했다. 외교부가 발간한 이탈리아 개황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950년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전후복구에 나섰다, 농업중심에서 산업근대화로 무게를 옮긴다. 국가주도의 중화학공업과, 지역에 뿌리내린 민간-중소기업이 골고루 경쟁력을 갖췄다. 1960년대는 연평균 5.5%의 고도성장을 이뤘다.

특히 1958년부터 황금기를 구가, 1963년까지를 이탈리아 경제 기적 시기로 부르기도 한다. 안보안정, 유럽공동시장 확보가 결정적이었다. 로마조약을 통한 경제공동체가 그것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는 유럽의 패전국에서 당당한 리드국가로 다시 발돋움했다. 물론 지금은 숙제가 쌓여있다. 경제·금융위기로 남유럽 불량회원국 딱지가 붙었다.

그래도 2018년 현재 선진 7개국(G7)이자 유럽연합(EU) 및 유로존의 핵심국이다. 특히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 EU 내 신 빅3(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로 존재감이 커졌다.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9위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었다. 유럽, 지중해, 중동의 사이에 자리해 유럽 안보에도 핵심지역이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탈리아내 육해공 포함 5개 군사기지를 운영중이다. 또 미국은 세계 6개 지역통합사령부를 운영중인데 이탈리아 주둔 미군은 ‘유럽 사령부’와 ‘아프리카 사령부’에 공통 소속된다.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성베드로성당에서 열린 미사 후 기념사에서 "EU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다자평화체제를 꿈꾼다. 로마는 반드시 한 번은 와야 할 곳이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