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이 꾸준히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미국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달러, 미 국채로 보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무역흑자로 말미암은 달러와 위안의 수급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달러 유동성을 대거 흡수한다. 인민은행 곳간에 쌓인 달러는 주로 미국 국채 매입에 사용되는데 달러로 살 수 있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률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면 다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돼 중국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는 선순환도 일어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줘 이자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점으로는 통화 유동성이 늘면서 물가상승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인데, 중국은 엄격한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보조금 지급과 가격 통제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오히려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의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미 국채를 모두 내다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최악에는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대신 다른 나라에 미 국채를 팔거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국이 판 국채를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 국채나 주택저장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 전력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이 한 번에 모든 미 국채를 매각해도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방어 위해 팔았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소진한 게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줄어든 이유라고 분석한다. CNBC는 "채권시장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지 계속 주시해왔다"면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가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발생했다"면서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단으로 국채를 파는 것이 아니라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에 이어 미 국채를 둘째로 많이 가진 일본도 8월 국채 보유액이 1조300억달러(약 1158조원)로 60억달러 감소했다. 투자회사 BMO캐피털마켓의 존 힐 투자전략가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량이 놀랄 정도는 아니다"면서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지지 노력 등 금융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