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팩트체크]기상청 오보, 슈퍼컴퓨터 지원 부족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김남희 기자 2018.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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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슈퍼컴퓨터 5년 주기로 교체...2020년까지 600억원대 신형 도입예정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잦은 오보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기상청은 지난 여름 폭우를 예측하지 못하고 태풍 '콩레이' 경로를 잘못 예측하는 등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잦았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네티즌들은 '슈퍼컴퓨터에 대한 예산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말 기상청의 잦은 오보가 슈퍼컴퓨터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김종석 기상청장이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종석 기상청장이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검증대상]
기상청 오보, 슈퍼컴퓨터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검증방식]
◇기상청은 정말 '오보청'인가=최근 1년간 기상청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록된 게시글은 145건이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팔아라', '기상청장을 우리 옆집 할머니로 바꿔라' 등 기상청의 오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기상청 예보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걸까.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기상청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기상청이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4차례나 늦춰 발표하고, 9월에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조기경보가 긴급재난문자로 전달되는 데 10분이 걸리는 등 기상예보 정확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내린 조치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기상청의 5년(2012∼2016년)간 강수 정확도는 평균 46%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244개 관측지점 연평균)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에 그쳤다. 또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하지 않았으나 비가 온 경우도 1808회로 집계됐다.


기상현상을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수치예보의 500hPa 기압 대기고도 예측오차도 2012년 7.2m에서 2016년 7.3m로 커져 정확도가 떨어졌다.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국회의 지적이 근거없는 말은 아닌 것이다.

/자료=기상청/자료=기상청


◇슈퍼컴퓨터 5년 주기로 교체=그렇다면 기상청의 오보가 슈퍼컴퓨터 때문일까.


기상청은 2000년부터 약 5년 주기로 슈퍼컴퓨터를 교체해왔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운영비용이 초기투자비용보다 높아지는데, 이런 경우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슈퍼컴퓨터의 운영기간을 4~5년으로 산정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1호기는 2000년~2005년, 2호기는 2005년~2012년, 3호기는 2010년~2016년, 4호기는 2015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4호기는 2020년까지 5호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국제표준에 맞게 정기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교체하고 있다.


기상청은 2012년부터 5년간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 개선에 총 1192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 4호기엔 569억원이 투입됐으며, 5호기는 약 6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현재 국유재산 중 가장 비싼 물품이다.



◇슈퍼컴퓨터 성능=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성능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 교체 당시 '기상분야 성능 세계 2위'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2018 국제 슈퍼컴퓨터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전 세계 슈퍼컴퓨터 톱500 발표에서 75위, 76위를 기록했다. 도입 직후인 2015년 11월 순위인 28위, 29위에서 많이 떨어진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지난해 기상청은 한국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세계 최고 수준인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슈퍼컴퓨터 성능에 크게 뒤지지 않으며 따라서 오보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슈퍼컴퓨터는 같은 조사에서 36위, 37위를 기록했다.



선진국이 슈퍼컴퓨터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 투자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2월 '국가 슈퍼컴퓨터' 성능을 2025년까지 '톱1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기상청이 도입하는 슈퍼컴퓨터를 중심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추진과정에 기상청 등 부처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


[검증결과-거짓]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5년 주기로 교체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 4호기에는 569억원이 투입됐으며, 5호기는 약 6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오보의 원인을 슈퍼컴퓨터에 대한 국가 지원 부족에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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