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통계'가 뭐길래?…뜨거웠던 사상첫 통계청 단독국감(종합2보)

머니투데이 대전=조철희 박경담 기자 2018.10.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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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장시간 진행…가계동향조사 두고 여야 공방

[국감]'통계'가 뭐길래?…뜨거웠던 사상첫 통계청 단독국감(종합2보)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 국정감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남긴 어록이다. '통계는' 최근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에 대한 입증, 통계청장 교체, 청와대·정치권 외압 논란의 주인공이다.

심 의원은 "통계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3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수량 목표를 내걸어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강신욱 통계청장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청장'이라고 주장하며 파상공세를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통계 발표에 외압이나 조작은 없다고 맞섰다. 강 청장도 자신은 '코드인사'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날 통계청은 1990년 개청 이래 처음으로 단독 국감을 받았다. 여야는 나홀로 국감의 빌미를 제공한 가계동향조사를 두고 충돌했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에는 계층별 소득 수준과 분배 지표가 담긴다.



◇"코드인사 아닙니다"=강 청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코드인사 주장에 대해 "코드에 따라 통계청장 인사가 좌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청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 논문이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을 다룬 것을 이유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황수경 전 통계청장보다 정권에 입맛에 맞는 통계를 양산하기에 코드가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통계 공표 외압 의혹과 관련, "확인한 바로는 정치적 외압으로 통계 공표 시기를 변경하거나 통계를 조작한 경우는 없었다"며 "내 재임 중에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수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최기영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계청 지부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의혹을 추궁했지만 최 지부장으로부터 "모른다"는 답변만 수 차례 들어야 했다.

이에 강 청장은 "코드에 따라 통계청장 인사가 좌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답했다.

◇가계동향조사 개편 논란=1년 사이 부활해 통계 적절성 시비를 겪은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에 대해서는 "정확성을 기하기 어려워 매 발표 때마다 정치 공방을 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강 청장은 "고소득자 응답률을 높여 정확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계청은 당초 올해부터 가계동향조사를 없애기로 했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감안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지난해 말 2018년도 예산안 논의과정에서 부활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효과를 확인하려는 청와대와 여권의 의중이 반영됐다.

분배는 지난해 4분기 나아졌다. 하지만 표본이 일부 교체한 올해 1·2분기에 악화됐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득과 지출 부문을 통합한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을 내놓았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130억원 많은 159억원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이 과정에서 통계청장이 바뀌었다. 가계동향조사가 통계 논란의 한복판에 선 배경이다.

소득·분배 통계 전문가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감 참고인으로 나와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이 신뢰도 제고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가 자신의 소득을 적어내는 '가계부 방식'이 지속하는 한 정확한 소득 파악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계논란'에 두번 우는 통계조사원=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두고 정치권이 '통계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통계의 근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는 통계조사원들이 국감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12년 동안 통계조사원으로 일해 온 김경란 전국통계청노동조합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나와 여야 의원들에게 통계조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양질의 통계자료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통계조사 응답자를 만나는 현장의 조사관 역량에 따라 통계자료 품질이 좌우된다"며 "열악한 처우에도 평균 10년 이상 일하며 보람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 중 15만원을 조사구역을 관리하는데 쓰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을 받지만 열심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강신욱 통계청장에 통계조사원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분들이 국가 통계의 밑그림을 발로 뛰어 작성하는데 임금 수준은 최저시급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이상도 주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2016년에도 당시 유경준 청장에게도 질문했는데 이분들이 받는 처우가 굉장히 열악했다"며 "(급여가) 조금 오르긴 했으나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통계 업무를 하다 보니 건강한 통계가 안잡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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