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애매한 시정명령…형평성 문제 직면한 골프존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8.10.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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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비용' 기준 제시 안해 가맹점과 형평성 논란…태동하는 VR업계, 개발의욕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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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골프 시뮬레이터 업체인 골프존 (3,860원 ▲25 +0.65%)에 대해 비가맹점용 신제품을 공급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공급가액으로 정한 '최소비용'이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금액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추후 책정될 가격을 두고 기존 가맹점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물론 기업의 개발의욕까지 꺾일 수 있어서다.

15일 공정위가 골프존에 내린 시정명령은 골프존이 가맹점에 공급한 '투비전라이트'와 비슷한 제품을 비가맹점에 최소비용으로 공급하라는 내용이다. 지난 14일 공정위는 골프존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같은 시정명령을 내렸다.



투비전라이트는 2016년 7월 골프존이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가맹점에 공급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래픽 개선과 게임모드 선택 등이 핵심이다. 보다 완벽한 플레이 구현을 위해 추가비용이 드는 '투비전프로'도 같은 시기 공급했다.

공정위는 골프존이 가맹점에게만 투비전 시리즈를 공급해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했다는 판단이다. 포화상태에 놓인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골프존이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비가맹점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골프존에 비가맹점에 형평성 차원에서 공급하라고 한 투비전라이트의 기능과 비용이다. 올해 가맹사업주 부담 완화 정책으로 가맹점의 가맹비는 사라졌지만 유지보수비 등을 받는다. 비가맹점에 무료로 공급할 경우 기존 가맹점과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게 된다.

유사한 기능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수준이면 기존 가맹점의 반발이, 너무 떨어지는 수준이면 비가맹점의 불만이 발생한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점주간의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골프존이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은 과밀경쟁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점포간 과밀화가 문제가 되자 점주들은 골프존이 영업지역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점주들이 가맹비를 지불하지 않았고 골프존도 점주의 경영과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통제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골프존을 가맹사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중복 출점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폐업한 점주의 제품을 구입해 신규로 출점하는 중고창업주가 골프존에 서버 연결(GL 연결)을 요청했을 경우다. 골프존은 시장 과밀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연결을 거부했지만 공정위는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 없다"며 경고조치했다.

골프존 관계자는 "만약 소프트웨어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지면 200여명의 연구·개발진의 존립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며 "이제 막 태동한 VR(가상현실) 업계의 개발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편 골프존은 2년6개월간 300억원을 출연해 200m 거리제한에 속한 매장이 폐업하거나 이전할 때 지원하는 등의 자진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냈지만 공정위는 비가맹점주 등 이해관계자의 간극이 크다며 기각시킨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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