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유치원만? 어린이집 비리 '백태'보니…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10.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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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유치원 비리에 뿔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도 유사 문제가 많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의 파장이 어린이집으로 번진 모양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게시판에 따르면 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지 나흘만인 이날 현재까지 올라온 어린이집 비리 관련 청원은 40여개에 달한다. 제주지역 한 학부모 카페 회원은 "유치원 비리만으로도 다들 혼란스럽지만 어린이집 쪽도 만만치 않다"며 정부 감사를 촉구하는 글을 남겼다.



학부모들이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고발하는 어린이집 비리 백태는 유치원에 못지 않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수법은 원아 부정 등록을 통한 보조금 횡령이다. 원아 부정 등록은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이를 원생으로 등록해 1인당 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어린이집 측은 가짜로 등록한 아이의 부모에게 가정 양육시 지급되는 보조금(약 20만원)을 돌려주고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등록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지만, 이를 피해 부정 수급하는 방식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원장 배우자나 자녀를 운전기사나 보조교사로 등록하고 보조금을 챙기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국가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 따르면 2014년 37건에 그쳤던 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는 지난해 79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비리 요구를 학부모들이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지역 학부모 커뮤니티 한 회원은 "원장이 다니지 않는 다른 아이의 등록을 요구했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면서 "내 아이를 이미 맡긴 상황에서 원장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부실 급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대구지역 한 학부모 커뮤니티 회원은 "아이들 밥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 기가 막힌 상황"이라며 "그 돈으로 고작 한 끼를 주는데, 어른인 내가 먹어도 배가 고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어린이집 식당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까지 나서 식재료 구입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식비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보육교사들도 입을 열었다. 자신을 15년 경력의 보육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원게시판에 '어린이집 보조교사 휴게시간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어린이집 청소 등으로 사실상 근무를 하는 휴게시간이, 월급을 덜 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보육교사들은 원장 앞으로 아이를 등록해 보조금을 타낸 뒤 보육교사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성토하며 '원장 원아등록'을 폐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연간 최소 2차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어린이집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점검은 전국 4만여개 어린이집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이뤄진다. 점검 결과 부정수급 등 비리가 드러나 운영 정지나 시설 폐쇄,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은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info.childcare.go.kr)에 실명과 사유, 처분 내용이 공개된다. 다만 행정지도나 시정명령 등 가볍게 처분한 곳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와 함께 학부모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꼽는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만개에 달하는 어린이집을 모두 감독하는 데 무리가 있다면 학부모의 운영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엄격한 정부 감사와 함께 적어도 정부 보조금 집행과 감독에는 학부모의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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