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이장호, 배우 손숙, 신성일(왼쪽부터)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감독은 과거의 업적으로 회고전이나 박물관에 모셔진 반면 현장에 발딛고 있는 홍콩의 무술장인(위안 감독은 영화 연출만큼 무술감독으로 유명하다)이자 감독은 현재 진행형의 작품들로 관객을 만난 것이다.
위안 감독은 1960년대부터 홍콩 무협영화에서 무술감독과 주조연을 오가다 1978년 자신이 감독한 영화 ‘취권’으로 대박을 쳤다. 성룡(청룽)의 출세작이기도 한 작품으로 위안 감독의 영화계 위상도 서너단계 뛰어올랐다. 그는 계속해서 무술지도와 연출의 외길을 이어나갔고 범작도 내놓았지만 명작도 토해냈다.
황비홍과 태극권 시리즈 한두편의 연출도 했던 위안 감독은 할리우드로도 활동영역을 넓혀 매트릭스와 와호장룡, '킬빌'의 무술지도 등을 맡았다. 매트릭스에서 허리를 뒤로 젖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나 대나무숲을 배경으로 현란한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에는 위안 감독의 손때가 묻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2017년 자신이 감독한 ‘기문둔갑’을 내놓은데 이어 올해 ‘엽문 외전’으로 관객과 만났다.
기자회견에서 위안 감독은 ‘모든 작품의 액션은 다 다르다’고 했다. 무술장인인 자신이 다뤘던 액션이 다 달랐고 앞으로도 다를 것이라는 다짐인 만큼 자신의 죽지 않는 영화혼에 대해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영화 변방이었던 한국과 홍콩을 세계 영화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두 감독은 2018년 부산에서 나란히 핸드프린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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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으로부터 디렉터스 체어(영화촬영 현장에서의 감독용 의자)를 헌정받은 이장호 감독은 ‘회고전을 하기에는 아직 젊다는 듯’ 의자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가 들어올려 메다 꽂고싶은 것은 '죽지 않은 거장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세간의 무관심'이라는 냉대와 자본의 감옥 아닐까.
배성민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