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18.7.21/뉴스1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3차장검사 한동훈)은 임 전 차장에게 오는 15일 오전 9시 30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이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차기 대법관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그는 사법농단 의혹에서 대법원 '윗선'과 실무진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실무를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당시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에게 지시해 △박정희정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대법원 판결(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현대차 파업 사건(업무방해죄 사건)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사건 등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사건보고서, 재판관들의 서로 토론한 평의 내용 등을 수십차례에 걸쳐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에 이메일로 전달받았다는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이 외에도 임 전 차장은 검찰 수사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관련 영장을 기각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비리에 연루된 김수천 전 부장판사와 최유정 변호사에 대한 수사 당시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판사들의 가족 신상정보를 영장전담법관들에게 전달해 해당 인물들의 압수수색에 유의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법원 강제집행 과정에서 노무인원을 부풀려 금품을 챙긴 2016년 '법원 집행관 사건'에서도 검찰 수사기밀자료를 유출하도록 일선 기획법관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검찰은 또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박채윤 부부가 관련돼 있던 특허소송의 상대방 법무법인의 수임 내역과 연도별 수임 순위 자료 등을 특허법원 기획법관에게 지시해 취합, 청와대에 전달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워낙 물을 것이 많아 소환조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소재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사무실 직원의 가방 속에서 임 전 차장이 퇴임 전 자료를 백업해둔 USB(이동식저장장치)를 압수해 수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확대했다.
한편 지난 5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PC를 조사해 410개 문건을 대상으로 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임 전 차장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그 밖의 사항은 죄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형사상 고발 등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