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안 읽냐고요? 왜 책을 읽어야 하죠?" 현대사 속 독서의 의미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10.1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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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대한민국 독서사'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왜 책을 안 읽냐고요? 왜 책을 읽어야 하죠?" 현대사 속 독서의 의미


스마트폰 하나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긴 문장, 종이책보다 사진 위주의 짧은 글, 동영상이 더 익숙한 세대에게 독서문화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 독서문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책 읽기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정종현 인하대 교수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신간은 지난 70년간의 '한국 현대 독서문화사'를 다뤘다. 해방 이후 학교, 도서관, 서점, 대학, 교회, 노동조합 사무실 등에서 열린 독서회와 버스, 지하철, 집 등 방방곡곡에서 펼쳐진 독서 풍경을 되돌아본다. 2000년대 들어 역동적으로 발전한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담아 독서사뿐 아니라 지성사, 대중문화사, 냉전문화, 젠더(성)사, 문화제도사까지 아울렀다.



독서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책의 역사와 독서의 역사는 엄연히 다르다. 책의 역사가 '저자-출판사-인쇄업자-서적상-독자'로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각 단계의 변화 및 발전 양상을 기술한다면 독서의 역사는 그 마지막 실현단계인 '읽는 행위'를 탐구한다. 즉, 독서사란 '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는가를 정확하고 꼼꼼히 밝히는 것이다. 저자들은 개인의 독서 행위를 넘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거시적 변화를 포함하며 '깊은 해석'을 거쳐야만 그 실체가 오롯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총 17개 흐름에 따라 한국의 독서사를 조망한다. 시대별로 의미 깊은 1권의 책, 흥미롭고 인상적인 독서문화의 단면을 별도 팁으로 소개한다. 독서와 대한민국 현대사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독서 대중화 운동, 국가 검열체계 등을 통해 독서문화는 일종의 문화정치였다고 주장한다.



책 읽기뿐만 아니라 '책 안 읽기'에 대해서도 다뤘다. 저자들은 '피로사회'를 살아가면서 책 읽을 겨를이 없어짐에 따라 독서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의 책 읽기가 점진적인 쇠퇴의 길에 접어들면서 어떤 문화로 대체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한민국 독서사=천정환·정종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336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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