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분쟁 '닮은 꼴' 찾으라는 금감원…혼돈의 보험업계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8.10.1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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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생명 분조위 결정 건과 유사사례 검토 지시…기준 없어 사실상 일괄구제 요구, 업계 혼란

암보험 분쟁 '닮은 꼴' 찾으라는 금감원…혼돈의 보험업계


보험사들이 항암치료 중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결정을 근거로 유사사례에 대한 입원비 지급 의견서를 제출하라며 사실상 지급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환자마다 병세와 치료기간이 천차만별이라 유사사례로 묶어 보고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가급적 10일까지 분조위 결정이 나온 삼성생명의 항암치료 중 요양병원 입원과 유사한 사례를 보고하라고 보험사에 통보했으나 이날까지 유사사례를 제출한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능한 10일까지 유사사례에 대한 지급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항암치료는 환자의 성별, 나이, 병세 등에 따라 치료기간과 입원기간 등이 다 달라 비슷하다고 분류해 묶을 기준이 없다”며 “똑같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암보험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되자 △말기암 환자의 입원치료 △항암치료 중인 통원환자의 입원치료 △암수술 직후 환자의 입원치료 등 3가지 유형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보험사들은 이중 말기암 환자의 입원치료와 암수술 직후 환자의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해 왔으나 항암치료 중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급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요양입원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고 암수술 직후 환자는 수술 시점이 명확해 직접 치료 여부를 떠나 도의적인 차원에서 입원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항암치료 중 요양병원 입원은 지급 기준이 없으면 자칫 과잉진료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암치료를 받는 도중 증세가 완화됐음에도 자의적으로 입원해 후유증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 보험사에서 입원수당을 타내는 사례도 많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경우 암 치료에 꼭 필요하다고 볼 만한 약품이나 투약기간 등이 정해지지 않아 항암치료를 받던 중 힘들다고 입원할 수도 있다”며 “과잉진료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요양병원 3일 이상 입원시 10일간 입원비 지급 등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조위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삼성생명 사례의 경우 유방암 1기인 민원인이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하거나 암센터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초기 항암치료 단계에서 건강이 나빴을 때는 입원비를 모두 지급했다 증세가 완화된 후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분조위는 치료기간에 관계없이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유사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지급 의견서를 내는 것이 일괄구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다. 1건에 대해서라도 지급 의견을 냈다가 자칫 당국이 이를 근거로 전체 항암치료 환자에 대해 모두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일괄구제를 권고할 경우 소송전으로 번진 즉시연금 사태와 판박이가 될 수 있어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민원인의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폭넓게 ‘암의 직접 치료’를 인정하더라도 이 민원인은 항암치료를 받는 초기 암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증상을 보여 다른 사례로 확대 적용 가능성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업계에 혼란이 커지자 일괄구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이 나왔으니 참고해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라는 취지이지 다른 회사도 항암치료 건에 대해 무조건 지급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며 “암보험에 대해서는 각 건마다 개별적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업계와 실무회의 등을 열고 유사사례의 기준과 지급의견서 제출 시한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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