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묻히는 '사람 이야기'…개인과 도시의 역사 담긴 골목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10.0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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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골목 인문학'…건축가 부부가 그려낸 아름다운 골목길에 깃든 풍경과 역사

재개발로 묻히는 '사람 이야기'…개인과 도시의 역사 담긴 골목


1930년대 경성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북촌에 한옥을 개발하면서 같이 지어낸 서울 종로구 익선동. 10여년 전부터 북촌 한옥은 정비되어 다시 태어났지만, 익선동은 블록으로 개발하려던 계획이 중단돼 땅값만 오른 채 잊혀졌었다. 언젠가부터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커피, 피자, 소품 가게 등이 들어서며 사람이 있던 자리에 정체모를 추상으로 채워진 채.

'골목 인문학'은 건축가 부부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서울의 골목을 비롯해 국내외 여러 지역의 아름다운 골목, 숨겨진 골목의 풍경과 역사를 그린 책이다. 종로, 을지로, 북아현동, 돈암동, 경주 양동마을, 군산 신흥동 등 잊혀져선 안될 '길'에 깃든 삶의 기억이자 기록이다.



도시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큰길은 굵은 핏줄, 골목길은 모세혈관이다. 골목길이 건강해야 도시에 생기가 돈다. 사람이나 도시는 시간과 기억이 담겨야 품위과 개성이 사는 법이다.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동네를 깔아뭉개고 시멘트로 덮어버리면 개인과 도시의 역사는 증발한다.

저자는 "골목이야말로 사람의 자취와 이야기, 즉 '인문학'이 듬뿍 담긴 나이테와 같은 장소"라며 "골목을 것는 것, 골목을 생각하는 것은 저 멀리 떨어져버린 우리의 원초적인 무언가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골목 인문학=임형남, 노은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372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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