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주춤하자, 다시 온기도는 스팩상장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10.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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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개 스팩 신규상장…올해안에 스팩합병 상장 4곳 확정

코스닥 공모주 열풍에 얼어붙었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코스닥 상장으로만 몰렸던 상장수요가 스팩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대신밸런스제6호스팩 등 5곳이 스팩상장을 신청했다. 올 상반기에는 스팩 신규상장이 4건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 4건이 신규상장됐고, 추가 상장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상장되는 스팩 공모규모는 80억~130억원 수준이다.



공모시장 주춤하자, 다시 온기도는 스팩상장


스팩합병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총 7곳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됐는데 3곳은 하반기에 상장됐다. 올해 안에 합병상장이 확정된 곳은 본느, 에치에프알, 마이크로텍, 나무기술 등 4곳이다. 줌인터넷과 네오셈이 스팩합병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이들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경우 올해 스팩합병은 총 13곳이 된다.

스팩은 주관 증권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상장한 서류상 회사를 일컫는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기업가치를 스팩과 협의해서 정한다는 점에서 공모시장 평가를 받는 일반공모와 다르다.



그래서 공모시장이 활발해 지면 스팩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올 들어 정부가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으면서 코스닥 공모시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그 영향으로 스팩시장이 얼어 붙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한 것도 스팩상장이 줄고 직접상장을 노리는 기업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공모시장이 침체되면서 스팩에 눈을 돌리는 중소형 기업이 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공모기업 중 인기가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인지도가 낮지만 탄탄한 사업모델을 가진 중소형기업들은 상장 절차가 간단한 스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절차를 진행할 경우 공모기업이 져야 할 업무 부담이 적지 않다"며 "스팩상장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더라도 발행주식을 조절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나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팩합병을 할 경우 일반 상장과 달리 소액주주 지분을 25%까지 늘리지 않아도 된다. 상장에 걸리는 기간도 6개월이면 충분하다. 일반 상장의 경우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자금이 급한 기업의 경우 스팩상장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대형주 위주로 공모시장이 형성되면서, 스팩을 통해 합병상장한 곳은 21곳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스팩상장이 9곳이었는데 하반기만 놓고 보면 올해 더 많은 스팩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모시장의 대안으로 스팩상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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