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머니투데이가 전국은행연합회 및 각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요 6개 은행(우리·NH농협·신한·KEB하나·IBK기업·KB국민은행)의 출연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4년6개월 동안 지급된 각종 출연금 규모는 총 7903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시 결과로만 보면 6개 은행 중 가장 많은 출연금을 지급한 곳은 서울사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으로 2445억원에 달했다. 이어 농협(1957억원) 신한(1637억원) KEB하나(1421억원) 기업(235억원) 국민(208억원)은행 순이다. 특히 올해는 3분기를 마친 현시점까지 은행이 각종 기관에 내준 출연금만 2287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 해 규모(1967억원)를 넘어섰다. 2016년 출연금 규모(1365억원)와 비교하면 올해 9개월 동안에만 1.7배 수준으로 해가 갈수록 불어나는 흐름이다.
올해 서울·인천시금고 입찰에서 금고지기로 낙찰받은 은행들이 앞으로 4년간 약속한 출연금은 총 5392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시 1금고인 신한은행이 3050억원, 2금고인 우리은행이 1000억원, 인천시 1금고인 신한은행이 1206억원, 2금고인 농협은행이 136억원 등이다. 이 출연금을 금고지기로 있는 4년간 똑같이 나눠 낸다고 가정하면 매년 1348억원으로 최근 4년 연평균 약 491억원의 3배에 가깝다.
은행 내부에서도 출연금 경쟁이 과열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중은행 한 기관영업 실무자는 “기관 유치에 나설 때마다 내부적으로 수익성 분석을 하는데 사업기간 종료 후에는 예상만큼 수익을 거뒀는지 검증하지 않는다”며 “기관을 일단 잡아야 하니 출연금을 ‘지르기’ 위한 장밋빛 전망으로 수익성 분석만 하고 후에 점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최근에는 출연금 경쟁을 넘어 은행간 비방 등 복마전마저 벌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 서울시 구금고 입찰과정에서는 ‘특정 은행 낙점설’이 퍼지면서 경쟁사들이 입찰을 보이콧해 유효경쟁이 불발되기도 했다. 낙점 대상으로 지목된 은행은 “오랜기간 공들인 결과를 부적절한 유착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쟁은행들은 “구청 고위인사가 특정 은행을 드러내놓고 선호한다”며 불공정경쟁이라고 비판했다. 금고 유치에 실패한 은행들이 해당 지자체에 ‘심사 기준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과열된 경쟁의 배경이 은행장들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폐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강도 대출규제 강화로 전통적 먹거리가 줄어든 은행들로선 대형기관 유치만큼 대내외적으로 실적을 과시하기 좋은 수단도 없다”며 “과도한 출연금에 따른 수익성 문제는 빨라도 1~2년 후 나타나는 만큼 행장들로선 ‘일단 따고 보자’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