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속 이름 없는 영웅들 따라 걷는 '의병의 길'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10.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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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호국돈대길' 병인·신미양요 격전지, 무주 '칠연로' 구한말 의병들의 은신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의병 사진. /사진=방송 화면 캡처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의병 사진. /사진=방송 화면 캡처


지난 9월3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새드엔딩(sad ending)을 맞은 주인공들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이는 바로 의병이었다. 드라마 초반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지만 역사 속 잊혀가던 의병을 재조명하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의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중 의병의 넋을 기리면서 여행할 수 있는 '의병의 길'은 가을철 관광코스로 주목할 만하다. 가까이 있었으나 무관심으로 인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전국의 '의병의 길'을 소개한다.

1. 병인·신미양요 격전지 '강화 호국돈대길'



강화는 역사의 고비 때마다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며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관문이었다. 이로 인해 강화는 섬 전체가 박물관일 만큼 유적지가 많다. '강화 나들길'은 해안을 따라 1.3㎞마다 자리한 돈대와 강화산성 사이를 잇는 길, 그리고 고려왕릉을 에둘러 도는 길 등을 이어 만든 탐방로를 가리킨다. 이중 2코스인 '호국돈대길'은 갑곶돈대를 출발해 초지진까지 17㎞를 잇는 구간이다. 돈대의 사전적 의미는 '평지보다 높직하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으로 요즘으로 치면 방어진지나 초소에 해당한다.

호국돈대길의 출발지인 갑곶돈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호국돈대길의 출발지인 갑곶돈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호국돈대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뚝길을 걷는 코스로 특히 봄, 가을에 풍광이 좋다. 갑곶돈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서 신미양요의 격전지 광성보를 만나게 된다. 광성돈대에서 손돌목·용두돈대까지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 중간쯤에 신미양요 순국무명용사비와 묘가 자리하는데 조선군 사망자 수 약 350명, 미군 사망자 3명이라는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다. 해안선을 따라 53개 돈대가 설치돼 있으나 북측지역 해안은 군사 주둔지로 모두 다 살펴볼 수는 없다.



2. 임진왜란 당시 의병 활동지 '백화산 호국의 길'

경북 상주시의 '백화산 호국의 길'은 구수천(석천)을 따라 옛길을 복원해 조성됐다. 8개 여울을 따라 걷는 5㎞ 남짓의 호젓한 길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활동하던 곳이어서 '호국의 길'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이외에도 많은 역사적 이야기가 숨어있다. 신라 태종 무열왕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도모한 전초기지인 금돌성과 고려 승병이 몽골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저승골, 고려 악사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몸을 던진 임천석대가 자리한다.

백화산 호국의 길. /사진 제공=뉴스1백화산 호국의 길. /사진 제공=뉴스1
본래 '구수천 옛길'로 불린 이 길은 아름다운 경관이나 길이 지닌 문화·역사적인 의미에 비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길을 걷다보면 국난을 극복한 우리 선조들의 자취를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거리는 옥동서원에서 옛 반야사터까지 5㎞ 정도다.


3. 의병들의 은신처이자 안식처 '덕유산 의병길'

덕유산은 구한말 일본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은신처이자 안식처였다. 전라·경상·충청지역 의병 집결지이자 항일항쟁을 벌인 격전지로 산세가 높고 험해 국난이 있을 때마다 구국항쟁을 이어간 곳이다. '덕유산 의병길'은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지나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왕복 9㎞ 길로 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가 출발점이다.

칠연의총의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칠연의총의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덕유산 의병길'은 안타깝게 순국한 의병들의 한과 설움을 곱씹으며 걷는 길이다. 의병항쟁으로 인해 곳곳에 흩어진 선열들의 유해는 1975년 칠연의총에 안치됐다. 칠연의총뿐 아니라 덕유산에는 수많은 의병의 흔적이 있다. 백련사 탐방로에는 의병장 문태서의 순국비가, 나제통문에는 의병장 강무경의 동상이 있다. '덕유산 의병길'은 2013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호국 여행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4. '홍주성 천년여행길'

홍성은 1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장이다. 고려시대 운주로 시작해 홍주로 불리다 일제강점기에 홍주군과 결성군을 합쳐 홍성이 됐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은 홍성역이나 홍성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홍성전통시장, 홍주의사총, 매봉재, 홍주성을 차례로 돌아 홍성전통시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은 총 8㎞로 3~4시간이면 충분하다.

홍주성 모습.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홍주성 모습.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의사총, 창의사, 홍주의병기념탑 등을 만날 수 있는 사적 제431호 홍주의사총이 나온다. 홍주성은 1905년의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해 의병을 일으킨 민종식·이세영·채광묵·안병찬 등이 이듬해 5월19일 1100여명의 의병을 이끌고 당시 이 성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을 6문의 화포로 공격해 덕산으로 퇴각시키고 점령한 전투로 유명하다. 홍주의사총은 홍주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곳이다. 홍주성 조양문까지 차례로 둘러보고 나면 '홍주성 천년여행길'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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