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박원순 시장에 인사 건넨 北

머니투데이 바르셀로나(스페인)=김경환 기자 2018.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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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호텔 가니 TV에서 KBS, MBC, SBS 등 드라마까지 다 나와…2002년과 비교해 변화 컸다"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18.9.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18.9.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자마자 건넨 인사다. 북한 최고위 인사들이 박 시장이 무엇을 하는지 남한 뉴스를 통해 이미 동향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박 서울시장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한 평양 방문 소회 일부분이다.

박 시장은 "내가 고려호텔에 도착해 TV를 켜니 KBS, MBC, SBS, YTN 등 한국 TV채널이 드라마까지 다 나왔다"며 "중국 방송과 러시아 방송도 다 나온다. 이미 우리가 하는 것들을 다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북한의 변화가 상당했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지난 2002년 KBS남북교향악단 합동연주회에 참관단 자격으로 갔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사회주의 강성대국' 등의 (정치적) 구호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그런 구호들이 사라지고 경제, 기술, 과학 등을 강조한 내용이 많았다"며 "북한이 엄청나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를 양성하는 교원대학이나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 갔더니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영어 교육을 하더라"며 "최문순 강원지사가 일부러 영어로 'What's your name?(이름이 뭐에요?)'이라고 물었더니 아이들 영어로 대답을 하더라"고 덧붙였다. 또 드론 활용 능력도 뛰어났다고 감탄했다.



박 시장은 "북한에 500만 대의 휴대폰이 보급됐다고 한다. 북한 인구가 2500만명 이면 20%가 휴대폰을 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사용상 제약이 있겠지만 안부 문자 보내는 것 등은 다 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번 방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두 정상이 타고 가는 차의 운전석 옆 좌석에 우리 경호실장이 탄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사시 경호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하도록 돼 있어 생명과 직결된 일인데 북측에서 어마어마한 양보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신뢰가 없다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경호실장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평양시의 협력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이번엔 정상회담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서울시와 관련된 합의를 하거나 하는 공식적 기회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음에 만날 경우 구체적으로 얘기할 기회를 갖게 됐다. 북한에 갈 기회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평양과의 협력을 위해)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에게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김능오 평양시 당위원장에게도 서울로 초청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내년 서울시가 개최하는 전국 체전에는 북한을 초청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 경기단 정도가 와서 하거나 사전 경기로 경평전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올림픽을 양 정상이 합의했기 때문에 잘 추진해야 한다"며 "2032년 서울-평양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남북한 중앙 정부의 보증과 후원 아래 서울시가 중심이 돼 중앙 정부와 협의해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2년 아시아가 개최할 차례인데 서울시와 평양이 함께 개최한다고 하면 올림픽 정신에 가장 맞기 때문에 유치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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