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어려운데…' 中, 美금리인상에 진퇴양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09.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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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환·증시에 추가 악재… 금리 같이 올리자니 무역전쟁으로 위축된 경기가 문제

'안그래도 어려운데…' 中, 美금리인상에 진퇴양난


미국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중국의 금융 정책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무역전쟁 영향 등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27일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p 높인 2.00~2.25%로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민은행은 이날 짧은 성명만 내고 중국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충분한 수준이며, 분기 말 재정지출 확대가 은행권의 유동성을 부양했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때도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등 단기 금리를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3월 금리 인상 때는 역RP 금리를 5bp 인상한 바 있다. 3월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 시점이다.

중국 통화 당국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기준금리가 해외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이고, 물가 수준이 아직 높지 않으며,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력에 관련된 어려움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인민은행의 기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는 각각 1.5%, 4.35%다.



그러나 금융 시장만 놓고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무역전쟁 개시 이후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증시와 외환시장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로 이어져 위안화 추가 약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0% 오른 6.864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달러 환율 상승은 위안화가 평가절하됐음을 뜻한다. 위안화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은 외국 투자자들의 환차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증시에도 악재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날 오후 1시50분 현재 전날보다 14.46포인트(0.52%) 하락한 2792.35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기다. 미국이 사실상의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면서 올해 4% 성장을 전망할 정도로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성장률 하락과 부채 증가에 무역전쟁 여파까지 겹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6.9%에서 계속 둔화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로 1분기의 6.8%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 폭탄을 투하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급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7월 말 국무원 회의와 당 정치국 회의를 잇따라 열고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속도를 조절하고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 완화 쪽에 무게가 실린 정책 기조를 확정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무원이 지난 7월 통화 정책 방향을 '안정적 공급'으로 정했는데 이는 필요할 때 통화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인상했지만 현재의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기조를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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