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오른 文과 金…11년전 약속 지키는 '관광 답사'

머니투데이 김평화 한지연 최경민 기자 2018.09.20 16:03
글자크기

[the300][2018 평양]노무현-김정일 10.4선언, 백두산 관광사업 추진 합의

/그래픽=이승현 기자/그래픽=이승현 기자


'각자에게 특별한 사람들이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묘한 인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4선언을 남겼다. 이때 백두산 관광사업을 추진하자고 약속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이 10·4선언의 계승을 천명했다.

판문점선언을 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사인을 한 두 정상은 20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평양공동선언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10·4선언에 명시된 '백두산 관광 활성화'의 첫 발, 사전답사 격이 될 수 있는 이벤트로 해석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치적으로 백두산은 특별하다. '백두혈통' 일가를 상징하는 산이다. 고비 때마다 백두산을 찾았다. 방문 자체가 큰 의미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2년이 지난 2013년 11월에 백두산에 올랐다. 곧이은 12월 초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했다.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3주년인 2014년 11월 말엔 백두산 천지를 등반했다. 2016년 5차 핵실험 직후에도 백두산에 올랐다. 북한엔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반 전후로 '큰 일'이 있어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 백두산은 그저 정치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개발의 핵심 지역이다. 이번 정상회담 일정에 백두산을 끼워넣은 것은 백두산 관광사업 개발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동반 방문이 의미있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인근 삼지연군 관광자원 개발에 그동안 공을 들여왔다. 지난달 삼지연 개발 건설현장을 방문해 "다음해까지 철길 노반보수 공사를 질적으로 다시해 혜산-삼지연철길을 표준철길로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선 '삼지연 꾸리기'를 아예 주요 건설사업으로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외국 관광객의 백두산 캠핑을 허용했다.

2013년에는 백두산지구 체육촌을 방문해서는 야외스케이트장, 스키슬로프 등을 둘러보고 "나라의 중요한 겨울철 체육기지인 백두산지구 체육촌을 현대적으로 개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엔 '3~4년 내 현대화'란 목표를 제시하며 "답사자들을 위한 숙박, 상업봉사, 문화오락시설들과 여관, 살림집들을 고산지대특유의 향취가 풍기게 더 많이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2017년에는 삼지연의 여관, 종합상점 등을 둘러보고 "특색있는 군,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사는 군으로 꾸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7월에도 이곳 일대를 방문해 "백두산지구 생태환경을 그대로 보존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총력'을 앞세운 만큼 관광산업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6·12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의 야경을 관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제개발 의지는 강한데, 그 중 관광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가 두 정상이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보는 것 자체로 엄청난 홍보 효과가 예상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후 대북제재 해제 국면에 접어들면 10·4 선언 때 합의했던 '서울-삼지연' 직항로 개설 등 남북협력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두산 천지에서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