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적인 걸 빼면 랜드마크 M&A(인수합병)는 세 건이었다. 외환위기 후 국내에서 지른 두 건은 성공적이었다. 대우종합기계를 사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만들었고, 한국중공업으로 두산중공업의 기틀을 세웠다.
타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인프라코어의 부족한 소제품 포트폴리오를 채우면서 시장을 미국과 유럽으로 다변화하려 한 것이 인수 테마(theme)였다.
이후 설명은 간단하다. 6조원 짜리 회사를 사면서 5조원의 빚을 졌기 때문에 이를 갚으려 10년간 발버둥 쳤다. 복잡할 것도 없다. 이자가 원금을 넘어섰다.
두산도 할 말이 있을 거다. 그 10년간 금융위기가 왔고, 세계 건설시장이 바닥을 기었고, 총수가 바뀌었고, 원전시장이 날아갔다. 가혹했던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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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산이 기는 동안 라이벌 한화는 폭발적으로 뛰었다. 재계 10위권 내에서 두산은 사라졌고, 한화는 빅4 하단의 LG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빚을 갚으려 밥캣 지분 10.5%를 팔았다. 약 3600억원을 받았는데 그도 아까웠던지 파생계약을 맺어 내년에 재매각 이득을 조금 더 받기로 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은 푼돈 남겨먹기다.
사람이 미래라던 그룹이 신입사원 자르고, 중공업 한다더니 면세점 기웃거리고, 중후장대 한다더니 본업보다 익숙해진 금융거래에 몰두하고 있다.
이 그룹은 10년 전 세계 제일이 되겠다는 보폭으로 따라다니던 기자들을 숨차게 만들었다. 그때 현장에 있던 한 명으로서 최근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