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많아지면 범죄 늘어난다? 실제 통계보니…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8.09.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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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등 강력 범죄 비중 내국인보다 높지만…"조직적·계획적 범죄는 거의 없어"

최헌정 디자인 기자최헌정 디자인 기자


이주 노동자 등 외국인을 향한 부정적 시선의 주요 원인으로는 '두려움'이 꼽힌다. 외국인이 많아질수록 각종 범죄에 내국인이 노출되기 쉽다는 공포다.

최근 예맨 난민 23명이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인정받는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이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진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추적해보니 외국인 범죄는 10여년간 꾸준히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줄었다. 다만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비율은 여전히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높은 편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올 8월 공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17)'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 검거인원은 2005년 9042명에서 2016년 4만1044명으로 4.5배 증가했다.



외국인 범죄는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늘어났다. 2006년 91만149명에 불과하던 체류외국인은 2016년 204만9441명으로 2.2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외국인범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그 증가비율이 체류외국인의 증가비율을 앞질렀으나 2012년 이후에는 비교적 체류외국인의 증가율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에 다시 외국인범죄의 증가율이 앞질러 향후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범죄 건수가 꺾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범죄 발생 현황은 △2013년 2만6663명 △2014년 3만684명 △2015년 3만8355명 △2016년 4만3764명으로 계속 늘다가 2017년 3만6069명을 기록해 줄었다.


내국인과 비교해 범죄 발생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피의자 현황은 내국인이 3636명인 반면 외국인은 1654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 범죄는 내국인 범죄보다 살인, 강도 등 강력 사건 발생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살인의 경우 전체 외국인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부터 0.3~0.4%대를 유지해 같은 기간 내국인의 살인범죄 비율(0.05~0.06%)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경찰청 역시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외국인 살인(미수)범이 4.86명으로 내국인(1.62명)보다 많다고 밝혔다. 강도 역시 외국인은 3.39명으로 내국인(2.91명)보다 수치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런 통계가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강력범죄 비율이 높다고 해서 '외국인 범죄=강력사건' 공식이 성립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범죄 중 살인 비율이 높은 것 자체도 통계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은 단순노동을 하는 20~50대 남성들이 많으므로 사기,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 발생률이 낮고 이로 인해 강력범죄 비율이 높아지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각국의 연령, 성별, 직업별 범죄 비율을 똑같이 비교해보면 대부분 비슷한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살인범죄의 대부분은 자국인 간 살인이며 외국인 밀집 지역 내 주점 등에서 음주 후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내국인 상대 범죄는 거의 없고 계획적·조직적 살인보다는 우발적 살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외국에 가면 동포들끼리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은 비슷하다"며 통계가 외국인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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