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은행의 환전수수료 부과현황을 조사했다. 금감원이 은행의 환전수수료 책정방식을 세밀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다. 조사결과 대부분 은행이 원가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환전수수료율을 정하거나 환전 시 합리적 근거 없이 고객별로 수수료율을 차등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준 KEB하나은행의 원/달러 환전수수료는 매매기준율 1119.5원을 기준으로 현찰은 1.75%, 송금은 0.97%였다. 이에 따라 현찰로 달러화를 살 때는 기준환율이 1139.09원이었고 팔 때는 1099.91원이었다. 원화를 달러화로 송금할 때는 1130.4원, 받을 때는 1108.6원이었다.
특히 현찰의 경우 거액을 한꺼번에 사들인 뒤 고객에게 나눠 환전하는 만큼 매수·매도 시점의 불일치로 인한 환율변동의 위험성도 있어 이 역시 원가에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별로 수수료율은 대동소이하다. 금융권 일각에선 실제 원가를 반영하면 환전수수료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개인고객이 기업고객 대비 많게는 10배가량 더 많은 수수료를 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은행들은 기업고객에 환전수수료를 대폭 깎아주는 대신 대출이나 예금영업을 하거나 해당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인다. 기업고객은 거래규모가 개인고객보다 훨씬 커 은행으로선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다. 개인고객에게도 환전캠페인 기간에 수수료율을 대폭 할인해주기도 하지만 일부 은행은 개인고객에게 상한 수수료율을 넘어서는 수수료를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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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원리를 감안하면 기업 고객 대비 개인 고객에게 더 많은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이 반드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며 "다만 수수료율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책정하고 있는지, 실제 적용할 때도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환전수수료와 관련한 은행들의 외환매매 이익은 은행별로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이 대출금리 합리화 추진에 이어 환전수수료체계를 집중점검키로 하면서 은행권에서는 “또다른 가격개입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