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마감, 규제강화…전세계 10년랠리 집값 하락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9.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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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금리인상 기조에 대출 요건 강화·외국인 매매 금지 규제까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지난 10여년간 무섭게 치솟았던 전세계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빚을 지고 집을 구입하면서 커진 버블이 꺼지고 있다. 각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함과 동시에 내놓은 강력한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초저금리 마감·대출규제 강화로 집값 하락세

호주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전세계 최상위 수준인 도시들이 많아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나라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조이면서 11개월 연속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드니의 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대비 5.6% 하락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호주 현대사에서 가장 길고 깊은 슬럼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호주 정부가 부동산 투기자본을 규제한 것이 주효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시중은행들에게 연 25% 이상 증가하던 투자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연 10%으로 제한했고,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납부하는 거치형 주담대 비율도 확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 지난 7월 투자자들의 주담대 비율은 15%나 하락했다. 최고점인 2015년 4월과 비교해선 28% 떨어졌다. 이달말부터는 시중 대형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상향할 예정이어서 집값 하락세가 유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역시 인지세 인상과 금리 인상 기조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불확실성도 일조한다. 영국 평균 집값은 지난 8월 기준 전년대비 0.5% 하락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영국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2016년 투자용 주택 및 다주택자에게 인지세율을 3%포인트 인상했다. 여기에 지난달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9개월새 두차례 인상했고,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서 투자 심리가 식고 있다는 평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금리 인상이 아직까지 주담대 수요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대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주택 매매 규제까지

뉴질랜드는 지난달 전세계 최초로 외국인의 주택매매 금지 법안 통과시켰다. 지난 8년간 평균 집값이 57%나 뛰었는데 이 원인을 외국 투기 자본에서 찾았다. 최근 몇 년 새 퀸즈타운은 5%, 오클랜드는 22% 등 외국인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자 이를 금지키로 한 것이다. 지난달 뉴질랜드 집값은 전년대비 0.1% 하락했는데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더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캐나다도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데 중점을 둔다. 2015년 기준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2위(약 32조원)를 차지할 정도로 캐나다에 수요가 몰리자 규제 카드를 꺼냈다.


중국인 밀집 지역인 브리티시콜럼비아주는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할시 부과하는 특별취득세율을 15%에서 20%로 높였고, 지난달 의회에서는 뉴질랜드를 따라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아예 막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올 1분기 캐나다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대비 6.27% 하락했다. 2009년 이후 처음 겪는 하락세다.

호주 역시 외국인이 주택을 매입한 후 6개월 이상 집을 비우면 이를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고, 홍콩은 신규 분양한 주택이 1년이상 비면 세금을 매긴다는 계획이다.

스웨덴은 지난 2분기 평균 집값이 1.86% 하락했다. 지난 6년간 44% 집값이 뛰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세에 진입했다는 평이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11월 고액 대출자에겐 상환능력을 입증하는 추가 절차를 도입했고, 거치형 주담대를 줄이고 대부분 분할 상환하도록 바꿨다. 지난 2년간은 오래된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새 주택을 공급했다. 2011년 5000개의 신규 주택 공급에서 2016년에는 1만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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