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취소하겠다"… 中 '일대일로', 아시아서 삐걱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8.09.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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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파이프라인 사업 3곳 전격 취소… 파키스탄도 사업 재검토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이 중국 리커창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이 중국 리커창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일부를 취소하거나 재검토에 나섰다. 최근 아프리카 37개국과 MOU를 맺으며 일대일로 사업 확대를 꾀하는 중국이 가까운 아시아에서 발목 잡히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날 중국의 일대일로와 관련된 파이프라인 사업 3개를 취소했다. 지난달 "한쪽에 치우친 계약"이라면서 해당 사업을 무기한 정지하더니 결국 완전 취소한 것이다. 당국은 말레이시아 내 최대 일대일로 사업인 150억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 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림관응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중국에 취소 통보를 보낸 상태"라면서 "동부해안철도 사업도 계속 진행하려면 획기적인 사업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소된 사업 중 2개는 말레이시아 본섬과 보르네오섬에 설치 중이던 석유·가스관으로 각각 10억달러의 비용이 책정됐다. 나머지 1개는 말라카와 페트로나스 정유소를 잇는 파이프라인으로 7억9500만달러 규모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공사를 시작했으며, 2020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전체 사업의 13% 정도만 진행된 상태에서 취소됐다.



FT는 "이번 취소 결정은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취임 후 중국에게 보낸 가장 실질적인 반발 신호"라고 해석했다. 지난 5월 15년 만에 재취임한 모하마드 총리는 국가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과도한 정부지출을 줄이고 중국과의 "불평등 조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모하마드 총리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새로운 식민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앞서 사업 계약을 체결한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사업비 5조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사업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다른 나라에 건설비용을 빌려주면서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용이 해당 나라에 고스란히 빚이 된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일대일로 사업의 89%는 중국회사가 시공 중이다. 현지 회사가 담당하는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에 돌아가는 것은 별로 없고 중국에게 지불해야 할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스리랑카, 미얀마 등 다른 아시아 각국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부담스럽고 불공정하다고 지적해왔다.

지난달 출범한 파키스탄의 새 정부 역시 이날 620억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 재검토를 선언했다. 임란 칸 총리는 일대일로 사업의 장단점을 점검하는 위원회를 신설하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일대일로 사업을 1년에서 최대 5년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압둘 라자크 파키스탄 통상장관은 "전임 정부가 일대일로 관련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너무 많은 것을 중국에 줬다"면서 "중국기업이 면세혜택 등을 부여받으며 파키스탄 기업이 불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가 말레이시아처럼 극단적으로 취소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막대한 부채로 금융위기에 몰린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보다 중국에게 자금을 빌릴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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