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병역면제 불분명한 잣대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2018.09.0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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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병역면제 불분명한 잣대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 끝나면서 애초 우리가 목표한 2위 달성 실패라는 사실은 국민과 언론의 안중에도 없고 대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병역면제가 그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딴 어떤 선수에게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또다른 선수에게는 금메달을 병역기피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의심과 함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비판에 그 나름의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병역면제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논하는 사람들이 정작 특정 선수를 공정하게 비판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에 국한해서 보면 그 선수를 포함해서 누구든 합법적인 제도가 있는 한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선수가 입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면제라는 다른 대안을 추구한 것이 잘못이라면 금메달을 딴 다른 선수들이 이와 같은 잘못에서 전혀 자유롭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그들도 이전에 입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금메달을 병역기피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이 특정 선수를 비판한다면 우리가 찬사를 보내는 선수 역시 금메달을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 선수의 마음속 셈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한 그러지 않았다고 결코 단언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어떤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감독이라는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고, 감독은 또한 합법적으로 선수 선발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물론 그 선수의 기여도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제도에는 이와 같은 측면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제도에 명시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자의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정말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국위선양에 따른 병역면제라는 제도다. 무엇보다 국위선양이라는 말이 갖는 차별성을 짚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러한 모든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존속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모든 국민은 국위선양을 하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지를 따져보면 금방 이 점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세계 최고 운동선수나 가수와 같은 사람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위선양이라는 매우 불분명한 잣대를 들이밀어 국민들을 줄 세우고 거기에 따라 병역을 면제해주는 이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나발을 불면서 정작 이와 같은 제도를 수십 년 존속함으로써 그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삶에서 피해야 할 제1순위 걸림돌로 전락시킨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특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무엇보다 국방 관련 업무를 직접 떠맡은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어떤 측면에서 그들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금메달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묵과한 사람들이다.

특정 잣대에 한해 사람마다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 그 공을 인정해서 상을 주고 싶다면 병역면제 외에도 물질적인 보상, 포상과 훈장과 같은 다른 대안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군인이라는 역할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지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힘들고 고달프다. 이와 같은 두 속성을 가진 병역을 보상의 한 수단으로 면제해주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한 요소를 포기하는 것이나 거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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