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朴 비선의료진 재판 개입' 영장 무더기 기각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8.09.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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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법원, 이미 검찰이 확보한 문건 1건만 압수수색 허용

'강제징용·朴 비선의료진 재판 개입' 영장 무더기 기각


검찰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또 다시 무더기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모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당시 일본 전범기업 측 관여 변호사,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전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판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5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모두 기각했다.



또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박 전 대통령이 '비선진료'를 받았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모씨의 특허 관련 소송을 도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모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법원은 다만 유 전 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특허 소송 관련 문건 1건만 확보하도록 압수수색 범위를 제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날 유 전 연구관이 현재 변호사로 일하는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러나 법원이 제한한 문건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자료로,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증거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유 전 연구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사실을 부인해 문건을 만든 경위와 수사 개시 후 관련자들 간 말맞추기 등을 보여주는 업무일지, 메모, 휴대전화 등의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측근의 특허소송 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법원행정처 재판연구관실이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특허분쟁 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이 담긴 문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고, 청와대 요구에 따라 소송 상대방 대리인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대법원과 특허법원이 만들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문건을 소명 자료로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며 "이미 확보한 자료 1건 외에는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것은 영장을 발부하는 형식만 갖추되 실제로는 발부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했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에 대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모의 혐의로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을 당시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 상당수의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청구된 이번 영장에 대해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소명이 없으면 외교기밀이 산재한 외교부에 대해 영장 발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와대 공관에서 복수의 대법관들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재판에 대해 보고하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대법원이 함께 외교부에 징용 의견서 제출을 압박하는 등 사실이 확인된 상황인데 이제와서 어떻게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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