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삽시다│하루 14058원의 삼시 세끼

정은지(번역가) ize 기자 2018.09.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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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빠른 편이지만, 세끼 밥해서 먹고 치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청소도 하고, 작업도 하고, 빈둥대기도 하려면 힘 조절이 필요하다. 아침은 간단히, 점심은 공들여서, 저녁은 남은 것이나 사 온 것을 활용해서. 맛있는 것에 대한 욕망은 강렬하지만 귀찮은 건 질색이고, 기왕이면 건강도 신경 쓰고 싶은 사람의 삼시 세끼 전략을 소개한다.
잘 먹고 삽시다│하루 14058원의 삼시 세끼


아침: 과일을 듬뿍 넣은 시리얼

재료: 자두,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땅콩, 시리얼, 우유


좋아하는 그릇에 한꺼번에 쓸어 넣고 우유를 붓는다. 눅눅해지기 전에 먹어 치운다.



자두(2킬로그램) 9700원 * 1/15 = 647원
방울토마토(500그램) 2900원 * 1/10 = 290원
블루베리(500그램) 13800원 * 1/15 = 920원
땅콩(300그램) 6900원 * 1/15 = 460원
시리얼(250그램) 4100원 * 1/8 = 513원
우유(1리터) 3050원 * 1/5 = 610원

총 3440원



땅콩뿐 아니라 호두, 피칸, 잣, 헤이즐넛 등 견과류를 돌아가며 한 가지씩 구매하고 과일도 두 종류 이상 갖추려고 노력한다. 레시피랄 게 없는 레시피지만 맛있고 균형 잡힌 것은 물론, 철마다 내용물을 바꾸면 질리지도 않는다. 점심이 과한 날에 저녁으로 먹기에도 의외로 좋다.

잘 먹고 삽시다│하루 14058원의 삼시 세끼
점심: 고기를 너그럽게 넣은 마파두부

재료: 두부(1모), 돼지고기 분쇄육(100그램), 두반장(2TS), 간장(1ts), 마늘(5쪽), 파(1/2대)


1. 두부를 깍뚝썰기 한 뒤 잠시 둬서 물기를 뺀다. 마늘은 납작납작, 파는 송송 썬다.
2. 웍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약불에서 마늘을 볶다가 향긋한 냄새가 나면 고기를 넣어 노릇노릇 볶는다.
3. 두반장과 간장을 넣고 고기에 간이 충분히 배도록 볶는다.
4. 불을 키우고 두부를 넣는다. 주걱으로 마구 젓지 말고 웍을 살살 흔들어가며 간이 골고루 배게 한다. 뚜껑을 덮고 불을 줄인 후 잠시 둔다.
5. 파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웍을 흔들어준다.


두부(1모) 1850원
돼지고기(300그램) 3200원 * 1/3 = 1070원
기타(쌀, 셀러리, 양념) 500원

총 3420원

빠르고, 쉽고, 단백질을 듬뿍 섭취할 수 있으며, 물론 맛도 있어서 마파두부를 자주 만든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한데 고기, 고기를 많이 넣는 것이다. 맛있는 두반장까지 구했다면 더욱 좋다. 그래도 실패했다면 십중팔구 두반장으로 간을 맞춘 탓이다. 두반장의 임무는 매운맛이다. 짠맛이 부족하면 간장으로 맞추는데, 액젓을 사용해도 좋다. 두부 한 모는 혼자 먹기 부담스럽다면 2/3만 사용하고, 남은 건 밀폐용기에 넣고 물을 찰랑찰랑 부어 냉장고에 두면 2-3일은 간다. 그렇지만 나는 보통 남은 마파두부를 냉장고에 보관해 다음 날 서브 반찬으로 활용한다.

잘 먹고 삽시다│하루 14058원의 삼시 세끼
간식: 달고 쓰고 뜨겁고 차가운 아포가토

재료: 바닐라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넙적한 잔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아이스크림(660ml) 8900원 * 1/10 = 890원
커피캡슐(1개) 650원

총 1540원

매운 것을 먹으면 자동으로 단 게 먹고 싶어진다. 거기에 오후의 나른함까지 쫓을 수 있어서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을 때 자주 만든다. 가능한 한 좋은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사용하는 게 비결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곧바로 먹는 것이다. 꾸물대다가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반쯤 녹은 미지근한 커피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다.

잘 먹고 삽시다│하루 14058원의 삼시 세끼
저녁: 포장마차 떡볶이

재료: 떡볶이떡(100그램), 치커리(50그램), 고추장(1/2TS), 고춧가루(1/3TS), 꿀(1TS), 삶은 계란(1개), 어제 끓여둔 혹은 방금 사 온 오뎅


1. 치커리를 씻어서 손으로 적당히 뜯는다. 떡이 뭉쳐 있다면 가닥가닥 뜯고 물로 살짝 헹군다.
2. 오뎅에서 어묵을 먹고 싶은 만큼 건져 웍에 넣고 국물도 넉넉히 담는다.
3. 고추장, 고춧가루, 꿀로 간한다. 오뎅 국물에 이미 짠맛과 단맛이 있으니 고추장과 꿀을 다른 떡볶이보다 적게 넣어야 한다.
4. 강불에 올리고 끓으면 떡을 넣는다.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 저어주며 끓인다.
5. 떡이 말랑말랑해지면 치커리를 한꺼번에 넣고 저어준 후 바로 불에서 내린다. 조금 남겼다 접시에 담은 후 올려도 좋다.

떡볶이떡(500그램) 3400원 * 1/5 = 680원
어묵(900그램) 10000원 * 1/6 = 1670원
무(1개) 2000원 * 1/4 = 500원
계란(10알) 3700원 * 1/10 = 370원
치커리(100그램) 900원 * 1/2 = 450원
무화과(8개) 7900원 * 1/8 = 988원
기타(쌀, 다시마, 멸치, 양념) = 1000원

총 5658원

길거리 떡볶이 맛의 비결은 길거리 오뎅 국물이다. 나의 떡볶이 인생은 이 사실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제일 좋아하는 레시피는 따로 있지만 이 들척지근한 MSG 맛이 그리운 날이 가끔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떡볶이는 당당한 불량식품이지만 오뎅을 많이 넣으면 일단 단백질만은 풍부하다. 거기에 치커리가 아니라도 냉장고에서 수명을 다해가는 샐러드용 야채를 쓸어 넣자. 조금 시들해도 상관없고 부피가 정말이지 드라마틱하게 줄기 때문에 대량으로 해치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수용성 비타민은 사라지지만 섬유질은 남고 더불어 죄책감도 조금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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