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통과 상생의 PLS

머니투데이 정덕화 경상대 석좌교수 2018.09.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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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통과 상생의 PLS


“식품이 오늘날처럼 안전했던 적은 없다. 또 소비자가 지금보다 더 불안했던 적도 없다. 그 이유는 불신이다.”

유명한 물리학자 겸 철학자인 칼 하이츠 슈타인 밀러가 한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유통 식품의 안전성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정부가 보여준 모습을 지켜본 소비자들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불신이 회복되기에는 불신이 만들어지는데 걸린 시간만큼이나 긴 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데 있다.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로 우리 사회는 한차례 호된 홍역을 치렀고, 이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초 시행 예정인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는 우리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농촌에서는 PLS 문제로 연일 소란스럽다. 이 제도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은 PLS제도가 농업인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불평한다. PLS란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일정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의 경우 일률적으로 0.01ppm을 적용하는 제도이다.



지금처럼 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입량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약을 안전하게 관리해 먹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국제적 약속이다. 우리 정부도 2011년부터 PLS의 시행을 예고하고 그동안 준비를 해 왔다.

정부는 지난 8월 7일 PLS 연착륙을 위해 현장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PLS 제도의 핵심은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는가의 여부다.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면 0.01ppm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잠정기준, 그룹기준, 환경기준 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농약을 모두 등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농업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려운 PLS 제도를 애써 이해할 필요도 없다. 지금처럼 그냥 해당 작물과 병해충에 등록된 농약을 적정하게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PLS 문제는 어느 한쪽의 특별한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책을 다루는 정부관계자는 물론 PLS적용이 어렵다는 농업인들, PLS시행으로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소비자,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이미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제도를 잘 살펴서 PLS문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농약의 합리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농산물안전관리제도(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 활성화는 PLS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어려움이 많이 예상되었던 PLS이지만,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보완책이 마련되면서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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