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언덕 아프리카' 中, 53개국 정상에 러브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09.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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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틀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최…운명공동체론 강조하며 협력 청사진 제시

'믿을 언덕 아프리카' 中, 53개국 정상에 러브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맞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다지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인데다 흔들리고 있는 중국의 핵심 외교 정책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추진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도움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3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이하 협력포럼)는 중국 베이징에서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다. 첫날에는 개막식과 함께 시 주석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협력 포럼에는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대만과 수교한 스와질란드를 제외한 53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대규모 아프리카 지원을 활용한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 강화, 미국을 겨냥한 '보호주의 반대' 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는 또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상을 위한 베이징 선언'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베이징 행동계획(2019~2021년)'도 승인해 향후 3년간 협력을 위한 청사진도 내놓게 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과 아프리카 연맹 목표 등을 결합해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새로운 기회를 불어넣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상과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3명의 정상들이 찾은 베이징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며칠 전부터 곳곳에서 도로 통제가 이뤄지고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등의 택배 배송은 행사가 끝난 이후로 미뤄졌다. 중국 중앙(CC)TV 등 관영 언론들도 회의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기획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시 주석도 하루에 6~7명의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갖는 등 눈코 뜰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포럼이 끝난 이후에도 오는 9일까지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정상들의 양자 방문 일정이 이어진다.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의 리더를 자처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왔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 규모는 총 1700억달러로,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 규모의 4배에 달한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에 열린 협력포럼 때 아프리카에 600억달러 차관과 원조 제공을 약속했고 이번에도 추가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자금이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이 제공하는 차관보다 중국 차관의 조건이 덜 까다롭다는 이유를 이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도 아프리카는 든든한 우군이다.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을 지낸 웨이젠궈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비서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공개 포럼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수출 규모가 5년 내에 5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며 "중국 수출업자들에게 아프리카가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무역 및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서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부실 우려 등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제공하는 차관에 대해서도 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한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는 대외부채의 77%를 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았고, 잠비아도 64억 달러를 중국에서 빌렸다. 콩고공화국도 중국발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아프리카에 제공하는 차관의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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