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50%로 동결..9개월째 유지(상보)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한고은 기자 2018.08.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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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에 부합…이주열 총재 기자회견·소수의견 유지 관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이 31일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9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2명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한 답변은 18명이었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만큼 시장에서는 8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지만 내수경기가 둔화세를 보이고,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분쟁과 신흥국 불안이 커지면서 '금리 동결' 분석이 점차 강해졌다.

특히 지난달 취업자 수가 지난해 대비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자 8월 금리동결 기대가 확 높아졌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지표인 소비자물가도 10개월째 1%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오르는데 그치면서 한은 목표치(2%)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금통위 전 발표된 통계청 7월 산업생산동향에서 현재와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했다. 6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99.1,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한 99.8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8월 99.8을 기록한 후 최근 23개월 사이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한은은 금리 인상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로 내외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는 점과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부담 요인이지만, 국내 경기 흐름과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을 지켜볼 여지가 있다.


관심은 7월에 이어 '소수의견'이 또 나올지와 이날 오전 11시20분 이 총재의 기자설명회에 쏠린다. 금통위 결정의 근거를 듣고 향후 금리인상 시점을 가늠해 볼 만한 힌트를 찾기 위해서다. 올해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두차례 남아 올해 안에 금리를 한차례 정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초 7∼8월에서 예상 시기를 늦추긴 했지만 대부분 한은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던 이일형 금통위원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소수의견은 한은 금통위의 금리 결정 방향을 보여주는 일종의 신호로 여겨진다. 소수의견을 유지한다면 금리인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수의견을 철회한다면 연내 금리인상은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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