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 2조 리츠…기대와 우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08.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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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리츠코크렙은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0.45대 1을 기록했다. 코스닥벤처펀드 영향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이 활활 타오르던 때라 미달 사태가 더 두드러졌다.

이는 국내 공모시장에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의 낮은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부동산 간접투자나 리츠에 대한 괴리감이 있다. 또 리츠는 채권형 상품에 가까운 배당 목적의 투자 대상인 만큼 증시에서 주가 변화폭이 크지 않다. '공모주 투자=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 구미를 당길 만한 상품이 아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로, 대규모 리츠의 부재가 꼽힌다. 국내에선 아직 조단위 규모 리츠가 공모시장에 등장한 사례가 없다. 리츠가 활성화된 해외에선 조단위 리츠가 주류다. 미국은 상장된 리츠 중 조단위 규모 비중이 57%에 달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55%다. 2010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일본에 상장한 리츠 중 65%가 조단위 규모다. 대규모 자산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춘 리츠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안정적인 배당수익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의 매수가 유입되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추진 중인 리츠는 국내 공모시장에 처음 등장하는 조단위 규모 리츠다. 홈플러스 리츠가 성공할 경우 공모시장에서 리츠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리츠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부동산 간접투자 확대를 노리는 정부 정책과도 맞아 떨어진다. 부동산 직접 투자 쏠림현상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선 홈플러스 같은 유통기업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리츠 상장이 보편화된 금융 기법이다. 호주 유명 슈퍼마켓 기업인 울월스, 일본 리테일 회사 이온그룹이 리츠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가 실패할 경우 우리 공모시장에서 리츠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하는 뼈아픈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2조원 규모 자금을 공모시장에서 모두 받아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공모구조, 상장 뒤 성장 전략,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적극적 소통 등이 관건이다. 국토교통부의 홈플러스 리츠 설립 인가 여부는 오는 9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기자수첩]홈플러스 2조 리츠…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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