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해제 4가지 요청, 중국의 답변은 "명분보단 실리"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8.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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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한국의 사드보복 해제 4가지 요청사항 검토해 보니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사드보복 해제 4가지 요청, 중국의 답변은 "명분보단 실리"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하이시에 이어 장쑤성도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는 소식에 23일과 30일 화장품과 면세점 관련주가 들썩였다. 사드보복 조치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는 모두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보복조치 해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단체관광 허용 조치도 한국 언론이 먼저 보도했고 이어 중국 언론이 우리 언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이번 단체관광 상품 판매 허용의 배경에는 지난 7월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양제츠 정치국 위원이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중국정부에 사드보복 해제 차원에서 4가지를 요청한 것이 작용했다. 4가지 요청사항은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롯데월드 공사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관련 조치 등으로 알려졌다.

이 중 첫 번째 요청사항인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된 지역은 베이징시, 산둥성, 후베이성, 충칭시, 상하이시에 이어 장쑤성이 포함되면서 6개 지역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한국 단체관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장쑤성, 저장성이 위치한 장강삼각주는 구매력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단체관광이 재개되면 복원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한국 화장품 등 우리 상품의 매력도도 여전하다.

두 번째 요청사항인 롯데마트 매각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중국 롯데마트 매장 총 112개 중 77개는 이미 매각계약이 체결됐고 27개는 폐점됐으며, 지금은 8개만 미매각 상태로 남아 있다. 이들 매장도 연내 매각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헐값 매각은 피할 수 없었다. 롯데는 2009년 7327억원을 들여 인수한 현지 마트타임스 매장을 16억6500만 위안(약 270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사드보복 같은 외부환경과 고비용구조, 현지화 부족 같은 내부문제로 인해 롯데마트의 실적이 급락했지만, 까르푸·월마트 등 유수의 외국 유통업계도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입지가 축소되는 중이다. 특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신유통을 내걸고 오프라인에 진출하면서 중국 유통업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세 번째 요청사항인 선양 롯데월드 공사 재개는 사실 헐값에라도 매각하고 철수가능한 롯데마트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롯데는 중국 동북지역에 위치한 선양시의 중심가에 연면적 145만㎡에 달하는 쇼핑몰·테마파크·호텔·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투자금액은 3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2016년 11월 중국정부가 소방문제를 핑계로 공사를 중지시켰다. 2014년 백화점, 아파트 등 1단계 공사를 완료하고 테마파크, 호텔 등 2단계 공사를 시작할 시점에 중단돼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현재 백화점이 영업 중이지만 매출현황은 좋지 않다. 롯데백화점의 중국 사업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선양을 포함해 텐진, 청두, 웨이하이에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 매출액 200억원과 영업손실 160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공사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선양 롯데월드는 현재로선 롯데에게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마지막 요청사항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다. 중국에 진출한 LG화학과 삼성SDI는 자사 배터리 탑재 차량이 2016년 6월부터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팔리는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65만2000대로 우리나라 전기차 판매량(1만4000대)의 46배가 넘는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급성장하는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대상 제외 조치는 중국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과 사드보복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이후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CATL, BYD 등 중국업체가 급성장했다. 한국 기업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데 LG화학과 삼성SDI 제품이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중국 산업정책이 큰 틀에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한국 업체와 중국 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중국 업체들도 보조금 폐지로 인한 제품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4가지 요청에 대해서 일괄적인 해제를 바라지만, 중국은 명분보다는 철저히 실리 위주로 접근하며 각각의 사안 별로 해제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의 답변을 기다리며 애만 태우기 보다는 그들의 생각을 한 수 먼저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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