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내고 아들과 떠나라" 책으로 담아낸 佛여행기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8.08.22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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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홍춘욱 키움증권 이사/사진제공=키움증권홍춘욱 키움증권 이사/사진제공=키움증권


"아이들과 산으로 트래킹을 간 휴일이었어요. 계속 핸드폰이 울리길래 확인해보니 회사에서 부재중 전화가 7통이나 와있더군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다시 회사로 출발하는 아빠를 본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일상이었지만 아이들에겐 무슨 큰일이 났나 싶었던 거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선택한 직장이지만 휴일에 호출되는 돌발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그 사이 중학생 사춘기 아들과는 어쩐지 서먹해져 있었다.



고민 끝에 어렵게 들어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곧바로 아들과 프랑스로 16박 18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현재 키움증권에서 일하고 있는 홍춘욱 이사(투자전략팀장)가 펴낸 신간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는 어색해진 부자관계 복원에 나선 직장인 아빠의 생존 여행기다.



지난 6월 출간된 이 책이 두 달여 만에 2쇄를 찍었다. 그만큼 홍 이사의 고민에 공감하는 이 시대의 바쁜 아빠들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홍 이사는 "가족여행을 계획 중인 부모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며 "사춘기 아이들과 장기 여행 시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이야깃거리를 보다 더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책에는 사학을 전공한 홍 이사의 풍부한 역사 지식을 비롯한 사회, 경제 상식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산업혁명은 왜 영국에서 시작됐는지, 아비뇽 프레스코화는 왜 끌로 다 벗겨졌는지, 파리의 쇼 윈도우를 닦는 사람은 왜 모두 유색인종인지 프랑스 전역을 돌며 궁금증을 쏟아내는 아들의 질문에 아빠가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사이, 어느덧 서먹했던 부자는 둘도 없는 길동무가 된다.


홍 이사는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윌리엄 맥닐 교수의 '전쟁의 세계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등 수십권의 역사책을 읽었다. 단순 관광도 좋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가면, 특히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 경제 특징을 이해하고 가면 추억도 배가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18세기 영국에서 자식들을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로 보내 그들의 세련된 취향과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했듯 말이다.

홍 이사는 아이들과의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도 고민하고 있는 많은 부모들에게 "가급적이면 가라"고 조언한다. 경제적인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과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실제 홍 이사와 프랑스 여행을 마친 뒤 아들은 세계사, 특히 유럽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장래 진로도 확정했다고 했다.

"매일 2만보 이상씩 걸으며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의 구석구석을 관찰했던 것, 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이 책에 쓴 다양한 주제를 다룬 것, 현지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서 유럽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깨우친 것은 잊지 못할 자산으로 남았다. 특히 아들이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자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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