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비용으로 보지 않고 자산으로 묶어뒀다가 금융감독원 테마 감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자진신고를 한 결과들이다.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0.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통념을 기준으로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임상 실패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3분기부터 임상 실패를 철저하게 보고할 것을 업체들에 당부했다.
여기 바이오 기업 A사가 있다. A사는 연구개발비로 지난 10년간 2개 임상에 각각 50억원씩 1000억원을 썼는데 모두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임상 중 하나는 성공해 신약이 출시됐다. A사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매년 50억원씩 500억원을 비용으로 털기로 했다. 자산은 매년 50억원씩 줄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5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A사는 나머지 1개 임상이 실패했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500억원 연구개발비는 그대로 자산으로 묶어버렸다. 원칙대로라면 500억원은 그해 자산에서 삭제하고 손상차손 처리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영업 외 손실 500억원이 발생하고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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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영업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임상 초기부터 자산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순이익 훼손을 두려워 해 임상 실패 사실을 숨기는 건 분식회계이며 투자자 기만이다. 연구개발비의 엄격한 회계처리는 분식회계로 이어질 여지를 가능한 초기부터 잘라버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기존 매출이 탄탄한 기업이 아닌 벤처일수록, 게다가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춰야 하는 처지에선 가혹한 숙제일 수 있다. 투명성은 강조하되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갖춘 회사가 피해를 입지 않게끔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